군 관계자들 "항모전단에 맞서는 전력, 전략 아직 없다"우리나라에 항모 없는 이유는 ‘제반 여건 미성숙’항공모함의 천적은 대규모 초음속 대함미사일
  • 중국 인민해방군의 70년 숙원이던 항공모함이 조만간 서해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을까? 또한 우리 군은 왜 항공모함을 건조하지 않을까?

    중국 항공모함의 진짜 목표 ‘동아시아 제패’

    많은 언론들은 항공모함만 있으면 엄청난 위력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하지만 항공모함은 호위함대와 함재기가 없으면 ‘물 위의 오리’ 꼴이다. 중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오랜 기간 동안 방공 호위함, 대함·대잠 호위함들을 건조 중이다.

  • ▲ 중국이 곧 시험운항할 항공모함 '스랑(施琅)'의 모습. 2002년 우크라이나로부터 사들인 舊소련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항모를 개량한 것이다.
    ▲ 중국이 곧 시험운항할 항공모함 '스랑(施琅)'의 모습. 2002년 우크라이나로부터 사들인 舊소련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항모를 개량한 것이다.

    당초 항모전단 호위함대는 ‘스랑(施琅)’의 건조 및 취역에 맞춰 2010년 중 구성을 목표로 추진했으나 항모 건조가 늦어지면서 계속 연기됐다. 중국은 ‘스랑’의 취역과 함께 Su-33 전투기 24대와 대잠헬기 등 각종 함재기, 최신형인 051급 방공 구축함, 052급 방공 구축함, 현대급(소브리멘니급) 대형 구축함, 탄도탄 발사 전략 핵잠수함, 공격 잠수함 등으로 항모전단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美항모전단 ‘급’은 안 되어도 한국 해군이나 일본 해상자위대와는 충분히 겨룰 수 있다.

    이에 더해 적 항모전단을 막기 위해 해안 부대에는 사정거리 1,300km 이상인 ‘둥펑(東風)-21D’ 미사일도 배치해놓고 있다. ‘둥펑-21’ 미사일은 450kg짜리 탄두 6개를 장착한 항모전단 타격용 미사일이다.

    이를 보면 중국 해군의 목표는 한반도 재패가 아니라 ‘동아시아 패권 확보’다. 일단 항모전단의 존재 이유는 주변 국가에 대한 억제전력이다. ‘둥펑-21’ 미사일은 美항모전단이 동아시아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전력이다. 이 두 전력을 내세워 미국, 일본과 협상, 동아시아에 대한 정치·군사적 지배권을 ‘평화롭게’ 차지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 ▲ 美항모전단 공격용 미사일 '둥펑(東風)-21D'의 모습. 사정거리가 1,300~2,000km에 달하는 다탄두 유도탄이다.[출처·차이나 밀리터리닷컴]
    ▲ 美항모전단 공격용 미사일 '둥펑(東風)-21D'의 모습. 사정거리가 1,300~2,000km에 달하는 다탄두 유도탄이다.[출처·차이나 밀리터리닷컴]

    이 자체가 우리나라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여기다 중국에게 ‘빌미’가 되는 ‘꺼리’도 있다. 중국 항모전단이 대양으로 진출하려면 서해를 지나야 한다. 이때 중국에게 가장 큰 위협은 제주도다. 현재 건설 중인 제주해군기지는 우리 해군 기동전단이 전진기지로 사용할 예정이다. 미군에게도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 기지를 자신들의 대양진출을 막는 미군의 거점이라고 주장하며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태도를 생각하면 이를 빌미로 제주도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항모전단 맞설 전략, 전력 없다

    한편 중국 항모전단 건설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우리 군은 항모 전단에 맞서 싸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국방부, 합참 관계자들은 물론 영관급 장교들에게 우리 군에서 항모 전단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 전력 확충 계획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몇몇은 ‘우리 군의 전력증강계획을 담당하는 부서 등에서 알아서 하고 있을 것’이라거나 ‘중국 해군은 지금까지 전쟁에서 이긴 적이 없다’며 중국 항모전단 건설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였다. 어떤 이들은 ‘현재 우리 해군의 대함 타격전력이 충분하다’거나 ‘한미 동맹을 통해 중국 해군의 확장정책을 억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러일전쟁 전까지는 해전에서 승리를 해본 적이 없던 일본이 대함대를 구성해 미군과 대등한 전쟁을 벌인 것, ‘대륙국가’였던 러시아가 舊소련 시절 美항모전단을 위협하는 유일한 세력이었던 것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 항모전단, 억지하려면….

    중국 항모전단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2~3년 정도 여유가 있다. 그 사이에 우리가 마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뭘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 1위 국가인데, 그렇다면 우리도 항공모함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항공모함은 일반적인 ‘배’가 아니다. 전투기 등의 이륙에 필요한 추진 장치(캐터펄트), 원거리 탐지 레이더,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는 선체 강성과 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배수량 2만 톤 급인 영국의 ‘인빈시블’ 정도의 항모를 만든다 하더라도 함재기 비용을 포함하면 수십 억 달러 이상 소요된다.

    연간 운영비만도 1,000억 원 이상 든다. 이 돈이면 육군 군단급 부대를 운영할 수 있다. 게다가 항모 전단 운용 경험을 전수해줄 나라도 거의 없다. 돈이 많아 지금 당장 항모 전단을 만든다 해도 10년 이상 걸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 내 갖출 수 있는 대응방안은 舊소련식이 그나마 차선책이다.

  • ▲ 대만이 2005년 5월부터 양산배치하고 있는 초음속 대함미사일 '웅펑(雄風)-3'의 모습. 일본, EU, 미국도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만이 2005년 5월부터 양산배치하고 있는 초음속 대함미사일 '웅펑(雄風)-3'의 모습. 일본, EU, 미국도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은 냉전 당시 美해군과 NATO국가들에게 똑같이 수상함으로는 맞설 수 없다고 판단, 대형 폭격기,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과 대량의 잠수함 전력을 건설했다. 소련의 ‘비대칭 전력’은 냉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지스 시스템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전략이 바로 이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도 이미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대만은 이미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하고 있다. 일본, 미국, EU국가들은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개발 마무리 단계인 독일의 초고속 어뢰 ‘바라쿠다’ 도입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 같은 ‘비대칭 전력’으로 중국 항모전단에 맞설 전략을 세우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 ‘위협’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