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남북 회담서 北대표 밝혀"샘물에서 감탕(흙탕물)이 발생하기도"
  • 지난 12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 영향을 북한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은 29일 오전 경기 문산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열린 남북 민간 전문가회의에서 "일본에서 지진이 있은 다음에 우리 지하수 관측공에서 물이 약 60㎝ 출렁거리고, 샘물에서 감탕(흙탕물)이 나오고 이런 현상이 많았다"고 밝혔다.

     

    북측 단장인 윤 부소장은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에 대해서도 "우리 측(북쪽)에 미칠 것 같아서 많이, 적극적으로 감시한다"며 남측의 피해 상황을 물었다.

     

    윤 단장은 또 3월 말에 개성에 눈이 온 것을 언급하며 "기상천외한 현상이다. 기상현상도 잘 모르겠고, 지진 또한 잘 모르는 일"이라며 이번 회의 주제인 백두산 화산 협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윤 단장은 남측 대표인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에게 "이름이 낯이 익는다. 선생이 쓴 논문을 내가 읽어본 것 같다" "논문을 많이 쓰셨겠다"고 말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 같은 얘기를 실마리로 삼아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 추진방안을 놓고 집중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백두산 현지답사와 백두산 등에 대한 기상장비 설치 등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와 북측 윤 단장은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굳게 악수를 한 채 양쪽에 자리한 취재진을 향해 두 번씩이나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가 남북 민간 전문가회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북측 윤 단장은 자신들이 당국 대표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윤 단장은 북측 대표단을 소개하겠다며 자신을 화산연구소 부소장이자 지진국장을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지진국은 북한 내각 기구이며, 화산연구소도 지진국 산하에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윤 단장은 나머지 대표인 장성렵 대표에 대해서는 화산연구소 실장, 주광일 대표는 조선지진화산협의회 위원으로 각각 소개했다.

     

    이에 비해 우리 측은 당국 간 회담이 아닌 민간 전문가회의 성격을 강조했다. 유 수석대표를 포함해 김기영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 4명의 대표단은 모두 민간 전문가다.

     

    일반적인 남북 회담 시에는 남측 당국자들이 모두 왼쪽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지만, 이번 회의장 주변에서 목격된 실무진들은 진행요원이라는 표시 외에 별다른 의미를 담지 않은 파란색 배지를 달고 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해서 전문가가 (회의에) 간 것"이라며 민간협의를 강조하는 한편 "백두산 화산을 공동연구 하려면 기본전제가 실태에 대한 남북간 공유이며 오늘은 백두산 실태에 대해 북한의 이야기를 듣는 게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번 회의에 임하는 소감이 무엇이냐"는 남측 취재진의 질의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손사래를 치며 출입사무소 2층 회의장으로 향했다. 북측 대표단 일부의 손에는 서류 등이 든 것으로 보이는 여행가방과 프린터 등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