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268명 전세기로 리비아 시르테 탈출"공사 현장서 공항까지 바리케이드 24곳"
  •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서는 군부대가 성인은 물론이고 어린아이들에게도 총을 나눠줬습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제2의 도시 벵가지 사이에 있는 중북부 도시 시르테의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전세기 편으로 이집트 카이로로 탈출한 두산중공업의 현장소장 임광재(46) 부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정부 세력과의 결전을 앞둔 친정부 세력의 동향을 이같이 전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고향이다 보니 `굳건한 친정부 세력의 보루'로 알려진 시르테에서는 반군의 공격에 대비해 군부대가 일반 주민을 무장시키고 있으며, 그 대상에는 10대 청소년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시르테 주민의 정서는 다른 지역의 반정부 시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벵가지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때 시르테 주민들이 동쪽으로 500㎞ 떨어진 그곳까지 진압 지원을 나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현지인 직원들도 벵가지의 시위 진압을 다녀왔고, 최근에는 자기들도 총을 받았다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탓에 아직 시르테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정부군과 친정부 세력이 시내 치안을 장악하고 있다고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전했다.

    하지만, 리비아 곳곳에서 친정부와 반군 간의 충돌이 벌어지면서 가스나 물 등을 공급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발전소 건설 현장의 제3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동요가 확산하자 두산중공업 측은 공사를 중단하고 리비아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임 소장은 "시르테는 트리폴리와 벵가지의 중간에 있는데, 양쪽 길이 다 막히자 제3국인의 동요가 심했다"며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서 이러다가 빠져나올 기회도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 본사와 협의해 탈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공사 현장의 자재 야적장 입구를 컨테이너 2개로 막는 조치 등을 취한 뒤 전날 밤 11시께 대형버스 2대와 승합차 15대, 승용차 2대에 나눠타고 전세기가 대기하고 있는 공항으로 출발했다.

    임 소장은 "공사 현장에서 공항까지 평소 차량으로 30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정부군과 민병대가 도로 24곳에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바람에 그곳을 차례로 통과하느라 1시간 30분이 걸렸다"며 "그럼에도 한국인 직원 60명을 포함, 필리핀과 베트남, 방글라데시인 근로자 등 모두 268명이 무사히 탈출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3월부터 시르테에서 350㎿급 발전소 4기를 건설하는 공사를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