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찾는 중국 지도부...미국과 충돌 원치 않아북 끝없이 중국 곤란하게...‘통일한국’ 택할 수도
  • 한반도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돼 선택을 강요당하는 순간을 맞는다면 중국은 미국과 군사충돌을 피하고 북한의 정권 붕괴를 방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터프츠대학 플레쳐 국제대학원 이성윤 교수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열린 ‘북한 정권의 장기전망’에 관한 토론회에서 “중국이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북한 정권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는 이른바 ‘현상유지 결정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VOA가 26일 전했다.
    이 교수는 “‘현상유지 결정론’이 한국전쟁의 경험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토대로 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강대국들마저도 흥망성쇠를 피하지 못했던 인류역사를 돌아본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의 소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북한을 지정학적인 완충지역으로 인식하고 타이완 문제를 비롯한 다른 국제현안들에서 협상도구로 활용해왔지만 최근 북한의 내부 변화에 따라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계산을 재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권력승계가 서둘러 진행되고 화폐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도 나타나는 등 북한이 장기적인 체제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부강한 한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여기에 더해 중국 지도부의 태도 변화도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 지도부가 이념에 치우친 외교정책을 앞세워 미국과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경제 번영이라는 실리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돼 중국이 북한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정권 붕괴를 방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는다면 실리적인 계산에 따라 후자를 택할 것으로 이 교수는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들 사이에서 반일 감정이나 반미 감정은 있어도 중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거의 없는 만큼 통일한국이 중국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손상시킬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과 북한 두 나라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묘한 변화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전략적 효용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데, 북한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중국은 그 동안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했지만 지난 해 텐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으로 이 금기를 깨고 북한의 권력승계와 위기 가능성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동북지방과 북한의 경제관계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통일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중국 측의 욕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