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절반 로펌행...검사들은 가서는 안되는 기업으로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 사태를 계기로 법조계 고질적인 관행인 ‘전관예우’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법 시험 26회 출신인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한 로펌의 고문 변호사로 영입된 지 4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른바 ‘함바 비리’에 연루된 사건 또한 전관예우 논란의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퇴직 판사 중 절반은 로펌으로 향하고 검사들은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정부 고위직에 오르면 인사청문회를 통해 수입이 공개되며 파문을 일으키곤 한다.

    ◇ 판사가 로펌으로 가는건 기본인가

    지난해 국감에서 대법원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퇴직한 판사 52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3명(52.5%)이 로펌행을 택했다.

    특히 사법부 최고수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퇴임 대법관 14명 가운데 8명은 상위 10대 로펌에 입성했다.

    정동기 사태로 알려진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2006년 최종영 대법원장을 영입했고, 화우·로고스·케이씨엘도 각각 변재승, 이용우, 유지담 대법관 등을 퇴직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법관들을 가장 많이 영입한 로펌은 업계 1위인 ‘김앤장’으로 37명의 퇴직 판사가 취업을 했고, 20대 로펌행 비율을 보면 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28명 가운데 21명(75%), 지법 부장판사는 203명 가운데 72명 (35.5%)이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24명의 평판사 가운데 20대 로펌으로 간 사람은 79명(35.3%)이었다.

  • 이처럼 수많은 법조인들이 로펌으로 이동한 가운데 지난 2008년 이후 대형 5대 로펌이 수임한 1심 형사사건 1245건 중 230건(18.5%)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1심 무죄율(3.0%)의 여섯 배를 넘는 수치다.

    이와 관련, 이정현 의원은 올해 헌법재판소의 양벌규정 위헌결정으로 무죄율이 2008년 1.5%에서 2009년 2.2%, 2010년 7.5%로 폭등한 것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차이는 열 배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항소심에서도 5대 로펌이 이끌어 낸 무죄율은 9.9%로, 이 기간 전체 항소 사건 파기 무죄율 1.9%의 다섯 배가 넘는 수치를 보였다.

    이정현 의원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로펌과 취업협상을 할 때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권고사항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권고사항의 경우 사건을 완결한 뒤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취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돼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판사들이 특정 로펌이 대리한 사건을 심리하거나 선고한 직후 해당 로펌에 영입되는 일이 많은데, 이 탓에 판사들이 ‘퇴직이후’를 고려해 판결을 한다는 지적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퇴직검사들은 기업으로

    퇴직검사들은 기업행을 선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기업행이 현행 행정안전부가 취업제한대상으로 설정한 곳으로 대부분 향했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이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2010면 9월까지 퇴직한 대검찰청 관할 검사 가운데 취업제한대상업체로 이직한 인원은 총 50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갑윤 의원은 “퇴직검사가 검찰청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인맥들을 활용해 검찰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특히 지난해 8월 퇴임한 B검찰간부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던 업체의 부사장으로 재취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행 공직자 윤리법의 '밀접한 사기업'이라는 조항이 불명확해 혼선을 빚고 있다”며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법률개정 등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법시험 38회 출신의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은 원론적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전관예우 논란은 20년 전부터 있어 왔지만 아직까지 바뀐 것이 없다”며 “법조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실상 현재까지 제도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핵심을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관예우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원론적으로 무료 상담 및 사건 수임 등 그들이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