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노리는 김포-강화 침투, 우리 대응전력 대폭강화미 지원 약속대로면 한국군의 눈과 귀, 크게 밝아질 것
  •  지난 8일 마이클 멀린 美합참의장은 한미합참의장 협의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이 주력이 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로 북한도발 대응계획을 전면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멀린 美합참의장이 말한 ‘한국 주도, 미군 지원’의 대응계획은 이미 체결된 양국 협정이나 전략 계획을 바꾸지 않고,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을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미군은 과거에 한국군에 제공했던 화력지원에서부터 정보자산 제공, 네트워크 제공 등을 지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평도 기습도발서 드러난 ‘주한미군의 빈 자리’

    지난 2003년 미군이 ‘주한미군 10대 주요임무 한국군 이양계획’을 발표, 추진하기 전까지는 북한군 도발에는 한미 연합군이 공동으로 대응하게 돼 있었다. 이 임무에는 ▲화생방 공격 시 후방제독 작전 ▲주야간 탐색구조 ▲공동경비구역(JSA) 경비 및 지원 ▲공대지 사격장 관리 ▲신속 지뢰지대 설치 ▲대화력전 수행 ▲주요 보급로 통제 ▲해상 대침투부대 격멸 ▲근접항공지원통제 ▲기상예보 등이 포함돼 있었다.

  • ▲ 너무 구식이기 때문에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북한 특수부대용 수송기 AN-2. 저속에다 초저공비행이 가능해 위협적이다.ⓒ
    ▲ 너무 구식이기 때문에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북한 특수부대용 수송기 AN-2. 저속에다 초저공비행이 가능해 위협적이다.ⓒ

    그런데 盧정권서 ‘10대 임무’ 이양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일선 부대에서는 ‘전력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북한 해상침투부대 대응 임무와 대화력전 수행 임무에 대해서는 현장 부대의 반발이 컸다. 이는 현실이 됐다. 당시 부대원들의 우려대로 연평도 기습도발 때 연평부대원은 사력을 다 했음에도 대응사격에 13분이 걸렸다.

    연평도 기습도발이 있기 전, 우리 군은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이 개시되면 3~5분 내에 적 포병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군 당국자들은 ‘우리도 미군과 같은 장비로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미군이 없어도 대응시간은 똑 같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예비역과 민간 군사연구가들이 밝혀낸 내용은 그와 달랐다.

    예를 들어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포병 레이더 AN/TPQ-37는 미군의 그것과 버전, 사양이 다르다. 미군의 대포병 레이더는 적 포탄 발사를 탐지하면 그 좌표를 실시간으로 포대에 전송, 공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때 A포병이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인근의 다른 포병이 즉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보화 체계(ADOCS)가 갖춰져 있다.

    미군은 이외에도 정찰위성, UAV(무인기), 각종 정찰기 등에서 입수되는 정보를 모두 모아 적 상황을 판단한 뒤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부대에 적 좌표를 자동 송신, 곧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C4I체계가 정비돼 있다.

    반면 우리 군이 가진 대포병 레이더가 적 포탄 발사를 탐지한 뒤 자동으로 포병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아니라, 그 좌표를 일일이 전송해 포에 직접 입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만 해도 미군에 비해 5분 이상 더 걸린다. 여기다 서해도서의 대포병 레이더는 자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바로 주변의 화력으로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포가 준비되지 않으면 적 포탄 발사를 발견해도 대응책이 없다.

    대화력전 전력 개선, 북한 특수부대 침투 대응전력 강화될 듯

    이 같은 문제는 대화력전에서 주한미군이 빠진 뒤 생길 것으로 우려되던 점 중 일부에 불과하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철수한 다음 북한 특수부대의 육․해상 침투를 막는 데 생긴 공백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이 멀린 美합참의장이 밝힌 ‘미군의 지원’을 제대로 활용하고, 연평도 도발의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할 경우에는 공백이 사라지는 건 물론 대응전략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한국군의 C4I 체계와 대응전력, 정보자산 운용도 함께 달라질 것이다.  

    특히 미군의 지원은 북한 특수부대의 해상침투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특수부대 활용을 선호한다. 북한군은 동해와 서해에 각각 1개의 해상기지를 두고 있다. 그 중 서해 기지는 대남침투의 전진기지다. 여기에는 유사시 또는 대남도발 시 이용할 침투수단으로 100km/h 가까운 속도로 기동하는 ‘공방급’ 공기부양정 수십 척과 어뢰를 장착한 ‘대동-B’급 등 반잠수정 20여 척, 각종 잠수정과 잠수함이 배치돼 있다.

  • ▲ 북한 특수부대가 대남침투용으로 보유한 공방급 공기부양정. 그 수는 최대 80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 북한 특수부대가 대남침투용으로 보유한 공방급 공기부양정. 그 수는 최대 80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과거 한미연합사는 이들을 막는 데 주한미군의 AH-64 아파치 헬기 대대를 활용했다. 임무를 이양 받은 한국군은 현재 육군 KO-1 지상통제기(KT-1 초급연습기의 파생형)와 AH-1 코브라 헬기를 이 임무에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력이 ‘아파치 헬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약하다는 것. 때문에 북한군은 김포와 강화 일대를 남한 침투의 ‘빈 틈’으로 인식하고선 한국군 저지선을 쉽게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양강도에서 AN-2 수송기를 활용한 특수부대의 침투 작전이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8일 멀린 美합참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가시화될 경우 북한군의 대남도발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원래 북한군 수뇌부는 미군과 한국군이 여론 때문에 한 명의 전사자가 생겨도 제대로 대응조치를 하지 못할 것을 가정해 도발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한국군 수뇌부의 강경대응 입장과 함께 미군 합참의장의 ‘지원 약속’은 이런 가정을 송두리째 엎어 버리는 것이다.

    즉 멀린 美합참의장의 ‘미군 지원을 통한 도발대응계획’ 약속은 연평도 기습도발과 같은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