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미국이 부럽다, 한국에선 보수꼴통 취급인데..."
  • 지난달 시작된 올해 프로미식축구(NFL)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 중의 하나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Patriots)'다.

    우리말로는 '뉴잉글랜드 애국자들'로 번역되는 이 팀은 NFL의 팀당 경기가 16경기로 늘어난 후, 2007년 처음으로 전승(全勝)을 거둔 강팀이다. 지난 10년간 세 차례 우승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미 전역에 많은 팬을 확보한 이 팀이 '애국자'라는 명칭을 사용 중인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은 없다.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조지메이슨대의 체육관 이름은 '패트리엇 센터'다. 1만석을 갖춘 이곳은 대학 경기 외에도 외부행사가 자주 개최된다. 이 학교는 대학 소속 운동경기팀의 애칭도 '메이슨 패트리어츠'를 사용한다. 육군사관학교가 아닌데도 '애국자 체육관', '메이슨의 애국자들'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쓰인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애국'이나 '국가'가 공식석상에서 언급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야구장·미식축구장·농구장·아이스하키장·콘서트장에서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어김없이 이날 초대된 참전용사들이 소개된다. 최근에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의 전장(戰場)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국가를 지키고 애국하고 왔다는 이유로 박수를 받고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지금도 '애국자의 날(패트리어츠 데이)'을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1775년 렉싱턴과 콩코드에서의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에 의해 사망한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명중률이 높은 미군의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은 '패트리엇'으로 명명돼 있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토요일인 9일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러 나간 워싱턴시내의 '내셔널 몰'에는 인파(人波)가 넘쳐났다. 링컨 기념관, 베트남전쟁 기념관, 6·25전쟁 기념관,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 주변을 가족·친구·연인들이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6·25전쟁 기념관에서는 미 공원관리청의 안내원이 절도있는 모습으로 한국에서 숨진 미군 애국자들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에 20년 넘게 거주하는 변호사 함윤석씨의 설명이다. "미국은 사회 곳곳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다. 미국을 사랑하고 애국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이 미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최근 워싱턴 DC를 다녀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미국의 이런 모습을 부러워했다. 그는 한국에서 강연할 때마다 애국심과 국가를 강조했다가 "그렇게 하다가는 인기가 다 떨어진다"며 소재를 바꾸라는 조언(助言)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가와 애국심을 거론하면 촌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론 '이상한 사람'이나 '보수 꼴통'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시인 황지우씨가 1980년대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서 묘사한 것처럼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기립해서 애국가를 들어야 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 반작용인지 이제는 공무원들마저도 애국을 언급하는 것을 멋쩍게 생각한다. "애국"을 말하기 창피한 나라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