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급변사태때 중국과 오해 없도록 대비해야"
  •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1일 북한의 김정은 권력 세습을 두고 "이런 일을 절대 본 적이 없다.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면 우리는 중세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덴버大 조셉 코벨 국제대학원장인 힐 전 차관보는 이날 오후 서울대 국제대학원 소천국제회의실에서 `미국과 동북아 : 새로운 시작의 시기'를 주제로 한 강연을 마치고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이어 "중국은 지금의 상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게 곧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약 중국이라면 북한이 아닌 안정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를 바랄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선 강연에서도 그는 동북아 안정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길게 봤을 때 북한의 상황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며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과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철두철미한 대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한 미군은 북으로 진격하려고 있는 것이 아니며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북한의 상태에 변화가 와도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그는 "6자회담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북한이 협상 과정에 계속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ㆍ미ㆍ일이 함께 일하는 기회가 됐고 한국과 중국이 대화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학생과 대학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으며 100여석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일부 학생이 강연장 통로 계단에 앉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힐 전 차관보는 1985년 주한 미국 대사관 경제담당 서기관으로 부임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04∼2005년 주한 미국 대사를 거쳐 2005∼2009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