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엽기적인 3대 세습  

     김정은이 대장이 됐다.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 여동생이자 실력자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도 대장이 됐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데뷔한 셈이다. 이로써 북한은 왕조적 봉건 체제의 본질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가히 엽기적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째 세습왕조라니.  

    공산주의적 요소, 동방적 전제(專制), 절대왕정,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왕권은 神이 준 것이라는), 군사독재, 영구 계엄(戒嚴)체제, 1당 독재, 마피아, 테러리스트, 쇄국(鎖國)주의, 광신적 사이비 종교, 대형(大兄, Big Brother)의 지배, 수용소 군도, 기아(飢餓)의 동토(凍土), 그리고 폭정(暴政)과 학살. 우리 머리 위에 그런 여러 가지가 혼합된 그로테스크한 세상이 있다. 그 괴기한 집단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 체제의 존속을 지탱해 주고 있다. 중국은 만주에 막강한 공군기와 미사일을 배치해 놓았다. 유사시에 공군기는 우리를 치고, 미사일은 일본과 미국 항공모함을 때릴 수 있다. 중국+김정일+남한 종북파의 연합세력이 2015년의 전작권 이양과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본격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특히 대통령과 여당이 기회주의로 흐르고 있고, 사회 전반이 문약(文弱)에 빠져 있다. ‘4억 명품녀’+이명박 인사정책(위장전입자들과 병역 기피자들을 갖다 쓰는)이 던져 주는 좋지 않은 미지가 2012년 대선을 다시 반(反)보수의 왼쪽 돌풍을 고취할지도 모른다. 무상급식, 부유세 신설, “전쟁 막으려면 김정일에게 퍼주는 진보정권을!”이라는 선전선동이 광장의 대중을 현혹 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최악의 빈곤과 3대 세습을 바라보는 시장 세력의 대두 등, 김정일 김정은 쪽에도 취약점은 있다. 취약점을 안고 있는 김정일 김정은과, 역시 취약점을 안고 있는 우리의 대치는 그래서 결국은 어느 쪽이 먼저 내부적으로 불안해지고 동요하느냐의 시간 싸움이다. 그리고 어느 쪽이 더 제정신 바짝 차리느냐의 기(氣) 싸움이다. 기 싸움의 핵심은 역사관, 가치관, 신념, 원칙, 일관성, 사생관(死生觀), 투지(鬪志), 기강과 상무정신(尙武精神)에 어느 쪽이 더 투철한가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하의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그 기 싸움의 태세다. 김정은 데뷔극(劇)을 계기로 말기(末期) 김정일 체제, 또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 대비한 우리의 ‘지지 않을 비결’과 ‘이기는 비결’을 점검해야 하겠다. 
    <류근일 /본사 고문, 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