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군주, 국왕, 대통령 또는 수상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통치자인가 하는 문제는 수천 년 동안 논의가 되어 왔지만 확실한 답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세사에 등장한 위대한 정치인들을 몇 사람만 살펴보아도 근사한 답은 하나 얻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처칠, 프랑스의 드골, 중국의 손문, 한국의 이승만을 검토해 보면 이들이 한결같이 지니고 있었던 어떤 철학이 뚜렷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 이념, 이상 또는 철학을 구현하기 위하여 오랜 세월 악전고투를 한 사실이 뚜렷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은 각자 역사의 무대 위에서 자기의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처칠이나 드골은 히틀러의 침략주의에 굴복하는 것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나아갈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히틀러 타도에 앞장섰습니다. 그들은 유럽의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과감하게 일어선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손문은 우선 청조를 타도하지 않고는 중국의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1911년 신해혁명을 일으켰고, 그의 정치 이념은 ‘삼민주의’에 쉽게 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중국 땅에 펴는 것이 그의 꿈이었습니다. 그의 꿈은 오늘 중국에서 어느 정도는 실현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한국의 이승만은 구태의연한 한말의 정치를 바로잡아 보려고 애쓰다가 체포되어 7년간의 옥고를 치루었습니다. 출옥하여 민영환의 도움으로 미국에 건너가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독립을 역설했지만 한일합방은 강행되었으나 그는 쉬임없이 독립 사상을 고취하고 민중계몽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런 선각자로서의 그의 이념은 <독립정신>에 훌륭하게 묘사되어 그가 민주투사였음을 극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이념은 무엇입니까. 하기야 이승만 뒤에 이념을 뚜렷하게 가지고 청와대의 주인이 된 대통령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념은 없어도 정치를 외면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의 대통령은 정치를 외면하고 따라서 사람 만나기를 꺼려한다고 생각됩니다. 몸을 다칠까 염려스럽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 2년 남짓한 임기에 무슨 큰일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서운한 느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