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에 쌓여있던 뮤지컬 '서편제'의 초연이 임박하며 영화 ‘서편제’와의 비교점이 무엇인지 예비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 영화 '서편제' 포스터 ⓒ 자료사진
    ▲ 영화 '서편제' 포스터 ⓒ 자료사진

    17년 만에 스크린에서 무대로 옮겨진 '서편제'. 과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녹여낸 주옥같은 글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故 이청준 작가의 대표작을 원작으로 한 영화 '서편제'와 비교해 보는 것도 뮤지컬 '서편제'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한 비교 포인트 다섯을 공개한다.

    ◆ 영화계 거장 vs 뮤지컬계 대표 제작진 = 영화 '서편제'는 1993년 개봉돼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영화제 작품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국내 최초로 1백만 관객을 돌파한 불후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화 '서편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정일성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고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이 각색, 출연한 작품. 제 3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녹음상, 남우주연상(김명곤), 신인 여우상(오정해), 신인 남우상(김규철)의 6개 부분을 수상한 바 있다.

    뮤지컬 ‘서편제’ 역시 초호화 스태프가 참여하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대장금', '헤드웍' 등을 연출한 이지나가 연출을 맡았으며,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남한산성'을 연출한 조광화가 작가가 참여했다.

    또한, '인연', '보고싶다', '애인있어요' 등을 만든 윤일상이 작곡, 국악인이자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리더 이자람이 국악작곡, 뮤지컬 '미스사이공', '명성황후', '맨오브라만차' 음악을 맡았던 김문정이 음악감독을 맡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한(恨) vs 정체성 찾기 그리고 예술가의 초상 = 영화 '서편제'가 고전에만 머물던 판소리의 이미지를 서편제의 애절한 가락과 인생을 연결하며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한(恨)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 '서편제'는 우리의 정체성에 무게를 둔다.

    뮤지컬 '서편제'가 소리꾼 ‘송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송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또한 송화는 소리라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바치는 예술가다. 공연에서 송화는 범인과 다른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의 초상이며 우리 소리 판소리를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 순종적이며 평면적 캐릭터 vs 적극적이고 역동적 캐릭터 = 아버지 유봉, 딸 송화, 아들 동호 등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사뭇 다르다.

  • ▲ 뮤지컬 '서편제' ⓒ 자료사진
    ▲ 뮤지컬 '서편제' ⓒ 자료사진

    영화 속에서는 자신의 꿈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아버지의 가치관이 다른 캐릭터들을 억누르고 그들이 이에 순종적이라면, 뮤지컬 속 주인공들은 훨씬 적극적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현실에 맞서는 역동적 인물로 그려진다.

    원작과 달리 ‘동호’가 가장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원작에서도 가장 열려있는 인물인 동호는 유봉의 소리가 싫어 저항하며 미8군의 록커로서 자신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뮤지컬이란 장르를 이끌고 나가는 캐릭터로 새로 선보인다.

    ‘송화’ 또한 강인하고 당찬 예술가로 그려진다. 영화와 뮤지컬 공히 절제된 이미지의 캐릭터인 것은 같지만, 뮤지컬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온갖 고난을 당하지만 이를 다 이겨내고 오직 소리만으로 예술적 경지에 오른 인물로 나타난다.

    조광화 작가는 “우리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다른 것을 찾던 사람, 동호가 서양음악을 하게 된 에너지원도 결국은 우리 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 다큐멘터리 형식의 시간순 구성 vs 무대 판타지의 액자식 구성 = 영화 '서편제'는 주인공의 성장과장과 남도 소리길을 따라가는 로드무비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서편제'는 초로의 뮤지션 ‘동호’가 갈등 속에 과거의 흔적을 쫒아 가는 과정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보여준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현재가 넘나든다. 이런 여정을 무대에 구현하기 위해 그리고 끝없을 듯 계속되는 길을 표현하기 위해 회전무대를 사용한다. 세월과 같이 흐르는 길을 표현하기 위해 사계절을 압축한 영상과 무대장치가 곁들여진다.

    또한 무대에서 공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랑길은 한지로 만들었다. 허술한 듯 질기고, 거친 듯 섬세한 한지를 통해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 수묵화를 보는 듯한 여백 속에 환상적 요소가 가미되어 하나의 판타지를 만든다는 의도다.


    ◆ 소리와 풍광의 영상미 vs 소리와 음악이 어울린 무대예술 그리고 상상력 = 또 하나 영화 서편제와 큰 차이점은 영화의 백미가 판소리를 쫒아 유랑길을 담아낸 우리나라 풍광의 영상미였다면, 뮤지컬은 공연장이라는 공간을 가득 채운 서편제의 소리와 음악의 힘이다. 그리고 상상력과 이미지의 극대화다.

  • ▲ 뮤지컬 '서편제' 포스터 ⓒ 자료사진
    ▲ 뮤지컬 '서편제' 포스터 ⓒ 자료사진

    영화 서편제의 ‘천년학’대금소리가 구슬픈 노랫가락과 함께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뮤지컬 '서편제'의 ‘흔적’ 등의 음악도 숨을 멎게 하지만, 좀 더 화려하다.

    기본적으로 영화와 뮤지컬의 장르적 차이를 떠나서도 특히 뮤지컬 '서편제'는 음악과 노래 그리고 서양음악에 판소리를 입혀 더욱 뮤지컬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윤일상 작곡가와 국악 아티스트 이자람 그리고 김문정 음악감독이 협업으로 만든 뮤지컬 노래와 음악은 전통 판소리부터 팝, 클래식, 록 등 다양한 음악이 서로 공존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뮤지컬 '서편제'는 종합예술로서 영화와 달리, 상상력과 이미지의 극대화를 통해 무대예술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다는 계획이다. 친절한 설명과 안내보다는 절제된 무대 구성과 연출을 통해 영화보다 현장의 울림이 더욱 큰 무대예술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연출진의 생각이다.

    이지나 연출은 “무대 미학인 생략과 상징을 관객들의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각자의 서편제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창작 한국뮤지컬 '서편제'는 오는 14일부터 1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