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뮤지컬 <서편제> ⓒ 뉴데일리
    ▲ 뮤지컬 <서편제> ⓒ 뉴데일리

    한국인의 정서와 예술에 대한 집념을 아름다운 선율로 승화시킨 뮤지컬 한 편이 나왔다. <이어도>, <병신과 머저리>, <눈길> 등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녹여낸 주옥같은 글로 80, 90년대 지성인들의 마음을 울렸던 故 이청준 작가의 대표작 <서편제>가 무대에 오른다.
      

  • ▲ 뮤지컬 <서편제> ⓒ 뉴데일리
    ▲ 뮤지컬 <서편제> ⓒ 뉴데일리

    뮤지컬 <서편제>는 서양 문화의 전유물이자 가장 대중적인 공연 장르로 꼽히는 뮤지컬 전개 방식을 차용해 한국 고유의 소리인 서편제와 한국인의 정서로 대변될 수 있는 故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서편제> 속 예술 혼을 무대로 옮겨 낸 작품이다.

    1993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돼 국내 2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던 <서편제>와 비교해 뮤지컬 <서편제>에서는 판타지적 연출과 함축적이고도 절제된 미가 묻어나는 무대 요소로 승부한다.

    서편제 가락을 대선율로 차용하여 서편제가 갖는 고유의 특성인 풍부한 음악성과 아련하고 미려한 느낌은 살리되, 대중적이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입힌 음악으로 판소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벗겨냈다.
     
    한국의 풍미를 제대로 살린 전통 한국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무용과 과거와 현대적인 스타일을 반영한 의상, 서편제 가락이 깔린 주옥같은 넘버. 뮤지컬 <서편제>에서 관객들은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 토속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향이 배어 있는 서편제 언덕을 만난다. 맑고 청아한 아이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서곡. 관객들은 이미 가슴 저미게 아름다운 서편제 가락을 흥얼거리게 된다.
     
    내달 개막하는 뮤지컬 <서편제>는 석 달간의 서울 공연을 마친 후 해외 진출을 준비중에 있다. 한류스타 한 명 없이 오로지 노래 하나는 정말 '잘 하는' 뮤지컬 가수들과 한국무용을 전공한 정통 무용수들로 구성된 뮤지컬 <서편제>는 우리의 섬세한 음악과 서양음악의 절묘한 조화가 해외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명성황후, 대장금, 영웅 등 한국적인 소재의 뮤지컬은 꾸준히 제작되어 왔지만 스토리가 아닌 음악 자체를 재조명하는 작품은 뮤지컬 <서편제>가 처음이다.
     
    대극장용으로 준비됐으나, 외국산 대형 뮤지컬에 밀려 관객과의 간극이 작은 중극장에서 공연하게 된 뮤지컬 <서편제>는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오히려, 완벽한 댄스와 아름다운 소리를 온전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아쉽게도 가수, 댄서와 함께 호흡하는 섬세한 관람은 이번 초연이 마지막이 될 예정. 뮤지컬 <서편제>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등 해외 공연 후 대극장용으로 재제작 예정이라고 하니 내달 14일 시작되는 뮤지컬<서편제>의 초연을 놓쳐서는 안 될 듯하다.

     

  • ▲ 뮤지컬 <서편제> 연출진(왼쪽부터 이지나, 조광화, 윤일상, 이자람) ⓒ 뉴데일리
    ▲ 뮤지컬 <서편제> 연출진(왼쪽부터 이지나, 조광화, 윤일상, 이자람) ⓒ 뉴데일리

    뮤지컬 <서편제>는 뮤지컬 <헤드윅> <그리스> <바람의 나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연출가 이지나, 뮤지컬 <남한산성> <내마음의 풍금>의 작가 조광화, <보고싶다> <애인있어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의 스타 작곡가 윤일상, <내 이름 예솔아>로 데뷔 폴란드 콘탁국제연극제에서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한 천재 소리꾼 이자람, <맨오브라만차> <맘마미아> <미스사이공>의 음악감독 김문정, <명성황후>의 무대미술가 박동우 등 국내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했고, 아름다운 현대한국무용으로 시선을 사로잡을 무용단이 용인대 남수정 교수의 안무로 무대에 오른다.

    화려한 12첩 반상을 먹는 듯하다가도 무뚝뚝하지만 깊은 향취의 나물이 올려진 3첩 반상을 오래도록 음미하는 느낌. 외산 대형뮤지컬에 잠식당한 국내 뮤지컬계를 살릴 작은 불꽃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뮤지컬 <서편제>는 내달 14일부터 1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