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北이 해안포 130여 발을 발사, 우리 영해에 떨어진 것으로 인해 NLL 인근은 초긴장 상태다. 이런 가운데 北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인 장사정포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한미 동맹에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 지하갱도의 천적 벙커버스터 GBU-28 

    북한의 장사정포는 평시에는 지하 갱도 속에 있다 포 사격을 할 때만 나와 사격을 한다. 포는 순항 미사일 등과는 달리 속도가 빠르고 탄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요격이 매우 어렵다. 현재 세계에서 포탄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실전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이동식 전술 고에너지 레이저무기(M-THEL)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장사정포 진지를 파악한 뒤 분쟁 조짐이 보일 때 선제 타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미국은 선제공격을 금지하고 있기에 평시에 먼저 공격할 수는 없다. 때문에 100%는 아니라도 북한군의 장사정포가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정밀 무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이런 용도로 미국이 제조한 GBU-28 벙커버스터를 활용했다. 길이 3.8m, 지름 0.4m, 무게 2.25t으로 대형인 이 폭탄은 레이저로 유도되는, 구식 폭탄과 미사일의 중간 형태인 ‘스마트폭탄’이다.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지하 30m 깊이에 있다는 이라크 지휘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폭탄이다. 

    당시 미군은 이를 위해 1966년부터 미 공군이 개발했던 페이브웨이 3 레이저 유도폭탄에다 8인치 곡사포탄 포신을 부품으로 사용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첫 실험에서 두께 7m의 콘크리트 벽을 뚫었다고 한다. 

    이 폭탄은 B-2 폭격기나 F-15 전투기에서 공중 투하되면 레이저로 유도돼 목표물을 타격한다. 폭탄에 든 2t 가량의 폭약은 지상에서 터지지 않고 지하 30m까지(콘크리트의 경우 7m) 파고들어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후 ‘불량국가’와의 대결을 고려한 미군은 이 폭탄의 효용성에 주목, 꾸준히 개량작업을 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은 칸다하르와 카불 등의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의 기지를 공격하는데 이 폭탄을 사용했다. 

    우리 군 또한 F-15K 전투기 도입과 함께 GBU-28도 도입, 북한 지하갱도 속의 장사정포나 고사포 부대 등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를 도입해도 문제가 남았다. 북한군의 장사정포는 남쪽으로 나 있는 갱도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장사정포는 50km를 넘는 긴 사정거리를 십분 활용, 북쪽으로 갱도를 낸 후 포구 방향만 남쪽으로 돌리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폭탄만으로는 공격이 어렵다. 때문에 그동안 우리 군은 합동직격탄(JDAM-ER)과 같은 고가의 무기들을 수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벙커버스터가 못하는 일 하는 KGGB 

    그런데 이번에 우리 군, 정확히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일을 냈다. 바로 합동직격탄과 같은 성능의 무기를 자체 개발한 것이다. 우리 군이 붙인 이름은 한국형 활강 GPS유도폭탄(Korean GPS Guide Bomb), 줄여서 KGGB라고 한다. 최대 사정거리는 100km이며 목표물과의 오차 범위는 3m내외의 초정밀 무기다. 

    국방과학연구소(ADD·소장 박창규)의 항공체계개발단이 노무현 정권 때 개념을 잡고, 6년 동안 4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이 KGGB는 JDAM처럼 기존 폭탄에 장착하는 키트(장비)형 무기로 효율성이 높다. 게다가 JDAM보다 사정거리가 길다. JDAM의 사정거리는 20㎞인 반면 KGGB는 70~100㎞다. F-15K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투기에서 투하할 수 있으며 어떤 폭탄이든 무기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무기라고 한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이 KGGB를 개발하게 된 건 바로 북한 장사정포의 진지 변화 때문. 북한은 최근 남쪽으로 입구가 난 장사포 갱도 진지를 개조, 산의 반대쪽 경사면에 출구와 갱도를 만들었다. 산을 방어물로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상적인 폭탄이나 단순한 유도폭탄만으로는 이를 파괴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곡사화기지만 이를 타격하는 우리 군과 미군의 무기는 활강 또는 직사무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곡사화기가 있다 해도 우리 군은 대응사격을 하는 것이니 공격하는 입장에 비해 훨씬 불리했다. 

    북한은 이런 강점을 지닌 240㎜·170㎜ 장사정포를 서울과 수도권 북부 북측 야산 남쪽 사면에 300대 가량 배치해 놓고 있다. 유사시 분당 수천 발을 발사할 수 있어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그동안 군의 기본 전략은 이들을 K-9 자주포 및 MLRS(다연장포) 같은 포병과 F-15K 및 F-16에서 JDAM을 투하해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300대가 넘는 장사정포를 제한된 시간 내에 다 파괴할 수 없고, JDAM의 사정거리가 20km로 짧아 우리 공군기가 북한 대공포 또는 대공 미사일에 노출된다는 점, JDAM을 운용할 수 있는 기종 또한 제한적이라는 점이었다. 여기다 포병의 경우 정확도가 떨어져 북한 장사정포를 잡으려면 더 많은 수의 포가 필요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북한의 장사정포가 북쪽 경사면의 갱도를 통해 들락거리게 되자 군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이다.

    KGGB는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의 대공포는 고도 12km까지 방어할 수 있다. 곡사로 사격할 경우에는 20km를 넘길 수도 있다. 북한군이 가진 대공미사일 또한 수십km 사정거리여서 20km밖에 날아가지 않는 JDAM을 사용할 경우 우리 공군기는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KGGB는 사정거리가 60~100km에 이르기 때문에 북한군 대공화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안전하게' 장사정포를 공격할 수 있다. 

    KGGB, 저가의 키트로 고가의 무기 대체 

    KGGB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통상 폭탄을 개조해서 만들 수 있다는 점. KGGB는 GPS 유도장치와 활강에 필요한 날개 등을 포함하는 개조 키트(Kit)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중량이 허용하는 한 어떤 폭탄에도 장착할 수 있다. 키트의 가격 또한 1억 원 내외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는 정밀유도무기는 JDAM 외에도 팝아이-2(사정거리 100㎞)와 SLAM-ER(사정거리 280㎞)이 있다. 그러나 팝 아이는 개당 100만 달러, SLAM-ER은 200만 달러로 가격 때문에 수량이 많지 않다. 그 외의 일반적인 미국제 또는 유럽제 정밀유도무기의 가격이 보통 50~100만 달러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도 매우 크다. 수출 가능성도 높다. 

    이런 KGGB의 개발 성공 소식에 군은 우선 500파운드(약 225kg)급 폭탄 1000여 발을 개량하기로 했다. 군이 500파운드 폭탄을 개량하는 이유는 우리 군이 보유한 가장 많은 폭탄이기 때문. 현재 공군이 3만 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500파운드 폭탄은 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데 KGGB 키트를 사용하면 장거리 정밀유도 무기로 변신한다. 물론 공군이 운용하는 500~2000파운드 폭탄들도 모두 개량하면 KGGB로 만들 수 있다. 

    KGGB는 올해 전투기 운용 시험을 마치고 2012년 개발을 완료한 후 2013~2014년에 실전 배치된다. 군은 이 KGGB를 응용한 해군용 유도무기 키트 또한 개발되면 이 또한 북한의 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는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