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하얀리본' ⓒ 뉴데일리
    ▲ 영화 '하얀리본' ⓒ 뉴데일리

    200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하얀 리본'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으로 영화 속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감독이 전달하려는 바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 '하얀 리본'은 독일의 극히 평화로워 보이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을 통해 억압된 환경 속에서 폭력에 노출된 인간이 어떤 식으로 극단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퍼니게임', '피아니스트', '히든' 등 인간의 어두운 본질을 새로운 형식의 영상을 통해 관객에게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충격을 전달하며 논쟁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왔던 미카엘 하네케 감독.

    그의 이번 작품 역시 마을 안에 잠재되어 있는 타락한 인간본성에 대한 관찰과 연이어 발생하는 의문의 사건들을 촘촘한 이야기 구조 안에 정교하게 배치해 긴장감을 더하고 정제된 흑백의 영상으로 감독이 전하려고 하는 바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높였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144분 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의 진짜 범인과 그 사건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어두운 인간 본성이 상징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언급하지 않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도구‘하얀 리본’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탐구하게 만든다.

     

    순결성에 대한 역설과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 ▲ 영화 '하얀리본' ⓒ 뉴데일리
    ▲ 영화 '하얀리본' ⓒ 뉴데일리

    ‘하얀 리본’은 20세기 초 독일에서 당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했던 도구다. 아이들의 순결함을 대변하고 그것을 지켜내고자 했던 어른들이 아이들의 어깨에 메어주었던 ‘하얀 리본’은 영화 속에서 의미심장하게 사용된다.

    마을의 최고 지주이자 권력자인 남작의 밑에서 일을 하는 마을의 목사는 자신의 아이가 자기의 말에 복종하지 않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방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하얀 리본을 달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리본’을 달게 하는 어른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자유와 발언도 허용하지 않으며 일방적인 메시지로 복종을 강요하고 때로 그 가치관을 주입시키기 위해 폭력을 남용하는 타락한 어른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 저변에 깔려있는 진짜 공포, 즉 사건들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묻는 근원적인 공포를 제공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하얀 리본’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보이지 않는 폭력이 집단적으로 일어날 때 그것을 물려 받은 다음 세대에게 어떠한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매우 역설적이고도 상징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하얀 리본'은 이러한 역설을 통해 한 시대의 정신이자 그 세대를 대변하는 어떤 가치관이 잘못된 사상일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과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단선적인 비유를 넘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장치 ‘하얀 리본’은 영화를 감상할 때 가장 예민하고 주의 깊게 새겨 봐야 할 관전포인트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 생애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 '하얀 리본'은 내달 1일 국내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