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들이 시도 '교육사령관'으로 대거 입성함에 따라 교육현장은 물론 교육당국의 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3일 오전 9시 현재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 최종개표 결과에 따르면 진보 성향인 곽노현(서울), 김상곤(경기), 장휘국(광주), 민병희(강원), 김승환(전북), 장만채(전남) 후보 등 6명이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임혜경(부산), 우동기(대구), 나근형(인천), 김신호(대전), 김복만(울산), 이기용(충북), 김종성(충남), 이영우(경북), 고영진(경남), 양성언(제주) 후보 등 10명이 지역 교육 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각변동 원인은 '보수분열·역풍·이반'= 보수·진보 판세는 단순 숫자로는 10대6으로 보수가 우위를 점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진보 진영의 '예상밖 완승'으로 분석된다.

    선거 직전 판세 분석에서 진보 후보가 경기, 전남·북 등 세 곳에서만 우세하고 서울, 강원, 광주 등 경합지역은 열세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교육 벨트'인 서울, 경기에서 곽노현-김상곤 두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는 점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 이전까지 전국 교육감 16명의 구성은 김상곤 경기 교육감을 제외한 전원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실상 보수 일색의 구도였다.

    현직 프리미엄이 강한 교육감 선거 특성상 전국적 보수 구도는 철옹성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상당수 유권자가 보수 교육감에 등을 돌리고 진보 성향의 교육 수장을 택했다. 현직 교육감 중 무려 5명이 고배를 마신 점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전국적으로 진보 바람이 분 것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우선 대다수 지역에서 진보 단일 후보 대 다수 보수 후보의 경합 구도가 펼쳐지면서 보수 표심은 흩어지고 진보진영은 상대적으로 결집하는 효과가 일어났다.

    물론 보수-진보가 동서로 나눠지는 지역 분할 구도도 나타났지만, 부산, 경남 등 보수 우위 지역에서도 진보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한 점에 비춰보면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이반 현상'이 발생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까지 현재의 교육 정책에 등을 돌리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이 선거 직전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대량 파면·해임 방침을 밝히고 이에 앞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하는 등 일련의 강경 드라이브를 건 것도 '역풍'을 몰고 온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방적인 수능성적 공개 등 갑작스런 '줄세우기' 시도가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시선도 있다.

    ◇ 교육정책 놓고 파열음 예상 =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에 일제히 반기를 들고 있다.

    경제력 상위 50%에 드는 학생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자율형 사립고 확대방안을 비롯해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 수능성적 학교별 공개, 서울에 일부 도입된 고교선택제 등 주요 정책마다 교육당국과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공통적인 정책 기조는 대부분 평등성 교육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상당수 정책에서 수월성 교육에도 신경을 쓰는 교육당국과는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진보 교육감들은 대신 전면적인 무상급식, 혁신학교 도입, 무상 교육복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 간부 출신 후보들이 잇따라 교육감에 당선된 점에도 교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장 출신 장휘국 후보와 강원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후보가 현 교육감 등을 누르고 당선되자 교육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MB 특권 교육을 심판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전교조 출신 교육감의 등장은 다른 진보 성향 인사들의 교육감 당선과는 또 다른 차원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교조는 최근 정당 가입과 후원금 납부 혐의로 기소된 교사 134명을 해임·파면키로 한 징계 방침에 반발해 교육당국과 사실상 전면전 상태로 대치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한 관계자는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들이 당국에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을 예감한 듯 "교육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