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 인터넷 등 여러 교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내장의 고전적 정의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신경병증이라 하여 "망막을 구성하는 신경절 세포와 축삭이 점진적으로 소실되어 그에 따라 특징적인 시야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안압이 정상인 경우에도 시신경에 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안압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을지병원 안과 이현주 교수팀이 지난 2009년 녹내장 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녹내장 환자 중 정상안압녹내장 환자가 약 48.5%로 절반가까이를 자치했다. 특히 정상안압환자 중 40대 이하 젊은 환자도 7.5%로 녹내장이 더 이상 고령층만의 질병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처럼 40대 이하 젊은 녹내장 환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는 당뇨병 고혈압 같은 질환 유병율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진 기기의 발달로 녹내장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안압이 정상이고 자각증상이 없어 발견을 하지 못하다가 근시나 기타 안질환으로 내원하여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에는 40대 이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권장했지만 젊은 층도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녹내장은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질환으로 당뇨병성 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성인 실명의 3대 원인으로 꼽힌다. 주된 원인은 안압의 상승으로 압박된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와 시신경의 혈류 순환 장애다. 유전적 요인도 있으므로 가족 중 녹내장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거나, 근시가 심한 경우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그 외 당뇨병,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도 위험인자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는 편두통과 연관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녹내장은 말기가 되기 전에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손상된 신경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만성녹내장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녹내장에 의해 시야결손이 진행되면 결손된 시야의 위치에 따라 계단을 내려갈 때 헛딛는 증상이나, 초점을 맞추기 힘들다거나, 운전 시 시야가 좁아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급성녹내장은 짧은 시간에 안압이 상승해 눈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두통, 오심, 구토, 시력감퇴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안압의 정상치는 10~21mmHg다. 30mmHg 이상이면 일단 녹내장이 발생할 위험성을 생각해야 한다. 안압이 높아도 시신경에 아무 변화가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안압이 정상인 경우에도 시신경에 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정기검진만이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녹내장이 발생하여 진행하기 시작하면 시신경유두의 특징적인 함몰 변화와 시신경을 이루는 망막 신경섬유층에 결손이 나타나는 등 시신경의 구조적 변화가 먼저 오고, 시야결손 등의 기능적 변화가 뒤따른다. 최근에는 레이저 시신경유두 분석기나 빛 간섭 단층촬영기, 주사레이저 편광측정기 등 다양한 장비를 통해 시신경과 신경섬유층의 구조적 변화를 보다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되어 녹내장의 조기 진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시야검사를 통해 시야결손 정도를 측정하여 녹내장의 정도와 진행 유무를 판정하게 된다.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는 약물치료를 통해 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우선이며, 그 외에도 시신경유두의 혈류개선을 돕는 약제나 신경보호 작용을 보이는 약물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안압녹내장의 경우 역시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하나, 효과적으로 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녹내장 진행이 빠른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된다.

    녹내장 환자는 자칫 실명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 쉬우므로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흡연은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를 받는 사람이라면, 처방받은 안약을 용법에 맞게 매일매일 점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약 넣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 안압이 잘 조절되지 않으며, 그만큼 녹내장이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다 보면 불편한 점들이 생길 수 있지만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하여 좀 더 편안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안압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말 : 이현주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