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노무현 시대’의 참모습은 무엇이었나?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그의 요절은 ‘노무현과 그의 시대’를 반추하는 책들이 출간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책들은 대부분 한 시대에 대한 객관적 증언이 아니라 비극적 죽음이 만들어낸 추모 분위기로 상당부분 채색되어 실상이 왜곡된 형태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 ▲ 노무현과 포퓰리즘시대 ⓒ 뉴데일리
    ▲ 노무현과 포퓰리즘시대 ⓒ 뉴데일리

    이 책은 노무현 시대의 성격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노무현 시대를 정치, 경제, 복지, 대미관계, 대북관계의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전문가들이 집필했다.

    김세중 연세대 교수는 ‘일탈의 정치-노무현과 386운동정치의 정치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노무현 정치는 근대 국민국가의 핵심적 기능인 국가의 권위와 신뢰성, 그리고 국민적 통합을 크게 훼손시켰다는 의미에서 그 정치적 일탈성을 찾을 수 있다. 노무현 정치의 구체적 특징을 5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살피고, 일탈정치의 배경으로 노무현의 정치적 개성과 당시 핵심적 통치 집단인 386집단의 독특한 정체성을 지적한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의 ‘노무현 정치의 전사적 특징과 그림자’는 기본적으로 정치인 노무현은 투사적 기질을 가진 전사였고, 그 투사적 기질을 바탕으로 올바른 길을 가겠다는 진정성과 어떤 단호함을 보였다고 전제한다. 그런 전제아래 노무현 정치의 특징을 울분과 회한의 통치학, 법 수호자와 법 불복종자 사이를 오가는 정체성의 딜레마, 항상 강렬한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신 등으로 정리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균형발전과 혁신정책의 우울한 경제학’은 노무현 정부가 균형-참여-분배-평등-형평-약자보호-혁신 등 아름다운 목표를 내걸고 출발했지만, 실제 과정과 그 결과는 상당한 문제점을 남겼다고 지적한다. 근원적 원인은 1980년대의 종속이론과 같은 급진적 이념의 관점에서 한국경제를 이해했던 386집단의 마인드로 선두 중진그룹에 합류한 2000년대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려했다는 것이다.

    이규식 연세대 교수의 ‘성장 동력을 냉각시킨 참여복지’는 노무현 정부가 참여복지 5개년계획의 수립과 복지예산의 확충 등을 통해 복지정책에 적극성을 보인 면을 인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지나치게 형평을 강조하고 사후적 복지의 확산을 통한 재분배에 집착하였고, 이로 인해 성장 동력은 냉각되었으며 사회투자가 강화된 영역은 거의 창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복지 부담을 가중시켜, 침묵하는 미래세대에게까지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의 ‘자주외교론과 대미외교의 불리한 손익계산서’는 노무현 시대 대미외교의 기조가 일종의 자주외교노선 추구에 있었다고 규정한다. 이런 노선을 채택하게 된 배경으로는 국제정치현실에 대한 저급한 이해수준, 대선 당시 바람을 일으켰던 반미정서, 무조건적 대북 포용정책의 추구 과정에서 발생한 한미 간 갈등 등이 있다. 대미외교와 관련된 대표적 정책은 동북아균형자론, 전시작전권이양, 북한의 민족공조론에 대한 동조 등을 들 수 있다. 이 정책들이 비판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의 국익 수호에 반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의 ‘보편가치와 민족가치에서 벗어난 대북정책’은 노무현의 대북정책이 개인 숭배적 전체주의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하였다고 파악한다. 보편가치의 핵심은 북한주민의 기본 생존권 보장과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의 향상에 있으며, 민족가치의 핵심은 민족의 주권확립과 번영 그리고 민족적 자긍심의 향상에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는 2천 3백만 동포를 위한 대북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김정일 체제를 유지시켜주는데 일조하는 대북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기파랑 펴냄, 287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