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출판 기파랑의 ‘한 권에 담은 우리 생활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시리즈는 우리 주변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고래의 생활풍습과 도구, 음식, 주거형태 등 오래토록 간직해야할 귀중한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잊혀져가는 것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자는 생각이다.
    지난해 첫 권으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인 ‘뒷간’을 선보였고 잇달아 편안한 정신적 삶의 영역인 풍수지리 이야기 ‘바람. 물. 땅의 이치’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번엔 ‘상차림 문화’를 펴냈다.

  • ▲ 상차림 문화 ⓒ 뉴데일리
    ▲ 상차림 문화 ⓒ 뉴데일리

    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교수인 저자는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찬품조(饌品條)’를 번역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매일 먹는 상차림에 많은 왜곡과 변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현재의 상차림은 한말의 왜곡된 결과에 의한 것으로 원래 우리 전통 상차림은 검소하였다는 것이었다.
    한국 음식 세계화가 공론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속에서 저자는 외식산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상차림도 전통적인 우리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것이 아닌 것으로 어떻게 세계화를 할지 걱정한다.
    외식업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리는 오늘의 상차림 문화. 엄청난 양의 음식쓰레기 문제를 떠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낭비도 매우 심각하다.
    저자는 조선왕조의 유교 철학을 대변하는 우리의 전통 상차림은 근검절약 정신이 배어 있는 반상으로서, 가장 화려한 것이 7첩 반상이었다고 말한다. 첩의 수는 간장 · 초장 등을 담는 종지를 제외한 밥 · 국 · 김치 등을 포함하는 음식 가짓수를 지칭하는 것이다.
    외식산업체에서 간소한 상차림으로의 복귀는 한말 이전의 전통 상차림문화로 돌아가는 것이다. 외식업체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상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찬품은 밥과 국. 우리는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국 한 그릇에 밥 한 그릇 만을 먹어도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할 수 있을 만큼, 국 문화가 발달해 있는 민족이다. 궁중음식의 하나이지만 1902년에 임금께 올렸던 잡탕(雜湯)은 탄수화물만 제외하고 단백질 · 지방 · 비타민 · 무기질이 듬뿍 함유된 재료 구성이었다.
    우리의 탕은 많은 음식을 차리지 않아도 밥과 탕만으로도 맛으로나 질로나 훌륭한 밥상차림이 된다. 이것이 우리의 상차림 문화라는 것이 저자의 얘기다.

    책은 고구려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상차림 문화를 두루 소개한다. 시대별로 변화한 상차림마다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가 실감나게 느껴진다. 하긴 먹거리 만큼 그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기파랑 펴냄, 236쪽,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