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역임한 민속학자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가 ‘뒷간’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냈다.
    뒷간? 말할 것도 없이 ‘뒤에 있는 방’이라는 뜻이다.
    우리 겨레는 오랜 옛적에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등지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왔다. 따라서 언제나 앞은 남(南)이고 뒤는 북(北)이었다. 민속에서도 앞이나 남쪽을 광명 ․ 봄 ․ 부활로, 북쪽을 어둠 ․ 겨울 ․ 죽음으로 여긴다.

  • ▲ 김광언 지음 ‘뒷간’ ⓒ 뉴데일리
    ▲ 김광언 지음 ‘뒷간’ ⓒ 뉴데일리

    고려시대엔 뒷간을 대체로 ‘측(厠)’으로 적었다. ‘삼국유사’(권2 기이2 혜공왕)에 ‘측청(厠圊)’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도 상류층에서는 측간(厠間)이라 이른 반면, 서민들은 뒷간이라 불렀다.
    고려 이전 신라시대엔 아직 기록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뒷간은 1919년에 고대 수메르 문화의 중심지 유프라테스강 하류에서 발견되었다. 아카드(Akakad) 왕조(서기전 24세기∼서기전 22세기) 때 어떤 집 수세식 뒷간이다.

    김광언 교수는 책에서 뒷간의 어원과 역사에서부터 각 지역별 뒷간의 특징, 절간과 궁궐의 뒷간, 그리고 뒷간과 연관된 속담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뒷간의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뒷간을 이야기하노라니 당연히 똥이나 오줌에 관한 재미있는 대목도 나온다.
    가령 이런 이야기들이 그렇다.
    남자의 오줌은 남아의 출산을 상징한다. 산모가 진통을 시작하면 숫총각이 달려가 산모 방향으로 오줌을 누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전라북도 산간지대에서 산모가 잡는 새끼줄을, 황소 오줌에 적셨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먹는 물에 오줌을 누면 저승에 가서 자기 머리털로 오줌을 빨아들여 물과 분리해야 하는 벌을 받는다. 임산부가 소 머리맡에 오줌을 누면 낳은 아기가 침을 흘린다. 이런 등등이다.

    이 책은 ‘한 권에 담은 우리 생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하긴 중국의 석학 린위탕도 말하지 않았는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낙(樂)이라고.

    기파랑 펴냄, 240쪽,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