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문제'를 안고 직접 충청민심 속으로 들어갔다.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대전·충남 지역인사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는 이 대통령 표현대로 "정치적 판단을 선호하지 않는" 대통령과 "그럴 수밖에 없는" 지역정치인의 뼈있는 대화가 오갔다.

    인사말에 나선 박성효 대전시장은 "충청권 광역철도망이 조속히 건설돼야 충청권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녹색산업 국가단지를 지정해 성장동력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감사하겠다"며 두가지 사안을 먼저 건의한 뒤 "대전·충청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세종시 문제도 빠른 시간 내 합리적으로 해결해 발전 동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안 고수나 수정 추진의 입장이 아닌 '조속한 해결'을 강조하는 수준이었다.

    박 시장은 "금년 초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대통령님이 잘 이끌어서 국정 전반에서 괄목할만한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 "대통령님이 기내에서 생일을 맞는 등 바쁘신데 취임 후 대전을 6번 오셨다. 특별히 지난 10월에는 대전 국제우주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성황리에 잘 끝났다. 마침 오늘이 동지고 또 (이 대통령이) 오신다고 해서 포근한 날씨"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박 시장의 건의를 받아 "철도를 이야기했는데 친환경적으로 봐서 도로보다는 철도를 선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도 그렇고 미국도 이제 철도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도로와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기후변화 대응 기류에 맞추기 어렵다"고 긍정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지켜도 되고 안지켜도 되는 게 아니라 선진국이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적 책임이 있다"면서 "10년 후에는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 제품은 미국에 들어갈 수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 <span style=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대전·충남인사들과 세종시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title="▲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대전·충남인사들과 세종시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대전·충남인사들과 세종시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시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태봉 충남도의회 의장은 좀 더 수위를 높였다. 그는 "충청인의 자긍심과 민심이 매우 상해 있다. 선거공약과 특별법이 지켜지지 않고 국가의 신뢰가 손쉽게 무너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11월 7일에 있었던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정 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이 우리 지역을 수시로 방문해 세종시 수정 여론 조성을 하고 있지만 원안추진 목소리는 지역에서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충청인의 염원과 민의를 살펴 특별법에 있는 원안대로 추진해 충남도민과 국민의 마음을 추슬러 주기 바란다"면서 "충남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통령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후대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충청여론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아" 주장에 MB, "선거로 뽑힌 분들이 다 그래"

    이 대통령은 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지난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참석을 예로 들며 에둘러 이해를 구했다. 이 대통령은 "영산강 기공식에 갔더니 시도지사, 도의회 의장, 시의회 의장 모두 나와서 열렬히 환영했는데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됐다. 이런 것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도 도의회 의장이 말했으나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로 뽑힌 분이 다 그러는데 의장도 오늘 발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해 주위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새만금도 과거 10년간 아무도 하지 않았는데 (수정 추진후) 지금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진전되고 있다"면서 "전북지사가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신문보니까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너무 하니까 공천에 지장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더라"고 농담성으로 말한 뒤 "주민들도 그 이후 더 지지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을 열심히 하는 지도자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충청도민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 국민이 적당히 하라고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 줬을까 생각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충청도가 국가관이 있는 지역이라고 보고 있다. 도민 자긍심도 대단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나도 나라를 위해 일하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정치를 다시 할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 한번 하고 나서 나라가 잘되는 쪽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아무 욕심이 없다"고 거듭 진정성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