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크영화요? 작은 몸짓이지만 영화를 통해서 뭘 말하고 싶은지 보여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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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진 씨너스 이수 대표이사 ⓒ 뉴데일리

    정 대표는 "일본에서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핑크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을 위한 영화로 소개된다는 게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일"이라고 했다. 영화제는 여성관객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영화제가 열리는 일주일 중 개막 첫날과 8일만 남성관객 입장이 가능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오직 여성만 입장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남자는 가라, 남자는 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대한민국 여자를 위한 놀이 공간을 만들까란 고민을 했어요. 그렇게 생각해낸 게 여성관객을 대상으로 한 '핑크영화제'였죠. 포르노는 아닌데 묘한 에로티시즘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성이 친구, 모녀간에 자연스럽게 성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 영화제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대놓고 '여성만 출입가능'이라는 홍보 푯말을 내건게 언뜻 '페미니즘'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성 싶었다. 그 말에 정 대표가 손을 저었다.

    "물론 남성 관객까지 입장하는 날은 흥행이 더 좋죠. 그런데 영화관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여성관객만 오는 날은 마치 여탕 분위기처럼 너무 왁자지껄 즐거운데 남성이 같이 입장하는 날은 여성관객이 굉장히 수줍어 하더라구요. 그런 부분에서는 성에 대해 여성이 갖는 모순도 있을 듯해요. 행사를 3년째 해왔는데 향후에는 남녀가 같이 보는 행사로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거장 감독 '나는 핑크영화출신' 주저없이 밝히는 일본이 부럽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88학번으로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영화관장인 그는 "진작에 이런 영화장르를 알았더라면 영화창작 욕심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 대표는 "일본은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가 상영될 기회가 많다"며 "이런 문화를 젊은 영화인이 계승하고 쟁쟁한 감독이 나오는 게 부럽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 거장으로 평가받는 타키타 요지로,구로사와 기요시,히로키 류이치 감독들도 '핑크영화제'로 데뷔했다. 정 대표는 "일본 영화를 이끌고 있는 거장 감독들이 자랑스럽게 '나는 핑크영화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이 너무 감명 깊었다"고 했다.

  • ▲ <span style=5일 서울 사당동 씨너스 이수 영화관에서 열린 '핑크영화제-OL러브쥬스' 무대인사 ⓒ 뉴데일리 " title="▲ 5일 서울 사당동 씨너스 이수 영화관에서 열린 '핑크영화제-OL러브쥬스' 무대인사 ⓒ 뉴데일리 ">
    5일 서울 사당동 씨너스 이수 영화관에서 열린 '핑크영화제-OL러브쥬스' 무대인사 ⓒ 뉴데일리

    일본에서 '핑크영화는 얼마 안가서 사라진다'는 얘기는 벌써 20년 이상 흘렀음에도 여전히 핑크영화가 건재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다키타 감독은 "핑크라는 장르는 지금 일본영화 안에서도 사라져가는 가장 소중한 '창작의 자유'가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며 "영화인으로서 내 경력은 핑크영화부터였다"고 술회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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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핑크영화제 개막작 'OL러브쥬스'한 장면

    정 대표는 "그 힘은 지금 일본 영화를 지탱하는 큰 원동력"이라고 평했다. '성인영화'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부인' 시리즈나 컴퓨터 속에 비밀스럽게 저장해놓은 '야동' 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일본에서는 '핑크'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경력을 통해 재능을 쌓은 영화인을 발굴해 육성한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성 담론에 관한 한일간 문화적 차이도 한몫 한다.

    그는 올해 핑크영화제에 추천할 만한 작품으로 개막작인 'OL러브쥬스'(감독 타지리유지, 1999년작)를 꼽았다. 정 대표는 "연애에 대해 조미료없이 섬세하고 솔직하게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 한다"면서 "영화는 허구 예술인데도 마치 내 주변에 있는 여자와 남자를 다룬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관 알리기 위한 도구로 시작한 사업이 관객과의 소통공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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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대표는 "핑크영화는 어느 장르보다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인간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핑크영화를 우리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해달라"고 했다 ⓒ 뉴데일리

    영화관이 영화를 주최하고 있어서 씨너스 이수점 곳곳은 매표소, 매점, 계단 할 것 없이 심지어 화장실 벽면까지도  핑크영화제 마스코트 '핑코'가 붙어있다. 그만큼 영화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며 홍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수익보다 영화 자체에 대한 열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느껴졌다.

    올해 세 번째 영화제를 맞는 소감은 어떨까. "핑크영화제를 개최한 첫해 2007년에는 씨너스를 알리기 위한 도구로 이벤트를 했어요. 당시 영화제에 오신 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 때 '아, 내가 진짜 영화관 주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7년 핑크영화제 포스터에는 '1회'라는 말이 없다. 한번으로 끝날 줄 알고 시작한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응이 놀라웠다. 객석 점유율이 80%를 넘고 매진이 나왔다. 핑크영화 개성과 작품성에 매료된 마니아도 생겼다. 그렇게 관객과 교감을 하게 된 정 대표는 다음해인 2008년에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2009년에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세 번째 핑크영화제를 열었다.

    "영화제를 통해 많은 분과 소통하고 후배들에게도 영화와 관련된 얘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한 젊은이가 영화를 좋아해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이제는 영화관 주인이 됐다. 하고 싶은 것과 이루고 싶은 것을 다한 사람처럼 보인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이 질문에 그는 "한국의 핑크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2010년 열릴 네 번째 영화제에는 한국 핑크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또 일본 핑크영화와 배틀을 붙어서 시상식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되려면 핑크 영화제에 대한 관객의 애정과 성원이 함께 해야겠지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의 꿈이 핑크빛으로 가득 차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