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도대체 무슨 업적으로 평화상을 수상한단 말이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 진보성향의 인사들까지도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공화당전국위원회의 마이클 스틸 위원장은 9일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접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뤄놓은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스타 파워가 평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실질적인 업적을 이룩한 불굴의 인물들의 빛을 바래게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선거에 도전하고 있는 공화당의 그래셤 베이럿 하원의원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포기한 것이나 온두라스의 자유투사들에게 등을 돌리고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물에게 노벨평화상을 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공화당의 상.하원 지도부인 미치 매카널 상원 원내대표와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보수진영의 주요 논객과 인터넷 블로거들의 반응은 더욱 신랄하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극우보수 논객인 러시 림보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보낸 이메일에서 "노벨상을 통해 전세계의 엘리트층은 오바마에게 아프간에 병력을 증파하지 말고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하면서 미국을 유약하게 만드는 의도를 계속 고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논평가인 에릭 에릭슨은 보수성향의 사이트인 레드스테이트닷컴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보수성향의 블로거인 릭 모런은 아메리칸 싱커에 올린 글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노벨평화상 선정위원회가 별 진지한 생각없이 이번에도 수상자를 선정한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폭스TV는 역사학자와 대통령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대통령에 취임한 지 1년도 안돼 이렇다할 업적이 없는 인물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성급하게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으로 당혹스럽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진보성향의 논객인 짐 화이트는 파이어도그레이크닷컴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는 이라크전을 끝내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그의 행동은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의 가장 나쁜 요소들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지적하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일보 진보 논객들은 오바마가 12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이전에 아프간전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서 오바마와 경합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CNN과의 회견에서 "노벨평화상 선정위원회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상을 준 것 같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권위있는 상을 받는다는 것은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평소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도 "축하하는 것이 적절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밖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엘 고어 전 부통령 등 앞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인사들과 민주당 지도부는 오바마의 수상을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