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기영 MBC 사장이 9일 자사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MBC 개혁안'을 제시했고 방문진은 그의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일단 엄 사장이 제시한 개혁안이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지켜보겠다는 게 방문진의 입장인데 반응은 시큰둥하다.

  • ▲ 엄기영 MBC 사장이 9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한 뒤 방문진이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한 빌딩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엄기영 MBC 사장이 9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한 뒤 방문진이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한 빌딩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엄 사장은 '새로운 MBC 개혁 계획'을 1시간 가량 설명했다. 핵심은 노영(勞營) 방송이란 꼬리표를 어떻게 뗄지 여부인데 엄 사장은 9월 중순 '노사추진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노사추진협의회는 산하에 단체협약과 노사협상을 다루는 경영 분과, 미래전략과 구조조정을 논의할 미래 분과 등 2개 분과를 두고 각 분과 결정사항을 최종 협의하도록 했다. 또 MBC 전 임원과 라디오본부장, 기획실부실장, 편성국장, 경영지원국장, 정책기획부장이 참여하는 '뉴 MBC 플랜 위원회'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비전으로는 미래전략과 중장기 인력운용 계획을 11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제시했고, 끊임없이 제기돼 온 불공정 방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성위원회'를 구성해 9월 중순부터 시행하겠다고 보고했다. 방만경영 비판에 대해선 11월 2차 명예퇴직을 시행하고 내년 1월 직급제 개편을 시행하는 방안을 내놨으며 예산 개혁은 10월 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일단 엄 사장이 밝힌 계획안의 실천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그에게 기회를 줬지만 '엄기영식 MBC 개혁안'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 하다.

    김우룡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문제가 있는 방송을 한 것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적쇄신을 주주총회에 미루는 것은 경영진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말한 고진 이사의 비판을 언급하며 "이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엄 사장이 제시한 계획안에 대해 "그러한 플랜을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며 기회를 줬지만 다른 이사들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무엇보다 엄 사장이 제시한 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고진 이사는 "오늘 보고한 대책도 구체적인 목표제시가 미흡하다"면서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시청율과 점유율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보도본부장이나 경영진이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의 각오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엄 사장이 보고한 '개혁안'을 "결국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엄 사장은 세계일류 방송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국내에서 1등도 못하면서 어떻게 세계일류로 갈 수 있겠느냐"면서 "(회의에서) 인적쇄신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엄 사장 스스로 '제대로 안하면 사임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기 때문에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엄 사장이 제시한 개혁안에 100% 만족하진 않지만 엄 사장 스스로 개혁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사임' 의사를 내놨기 때문에 기회를 준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방문진은 엄 사장이 제시한 인적쇄신안에 크게 불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여당 측 인사들은 물론 야당측 인사들도 인적쇄신안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또 '허위보고'논란이 일고 있는 PD수첩의 광우병 왜곡·과장 보도 관련 진상조사에 대해서는 엄 사장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불만이 큰 상태다. 일부 이사가 이날 회의에서 엄 사장에게 PD수첩 관련, 9월 내에 조사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으나 엄 사장은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자 의견 조작 논란'을 일으킨 '100분 토론'에 대해서는 재조사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역시 진행자와 제작진 교체 등 구체적인 실행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게 방문진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