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권에 담은 일본 명작소설 아버지. ⓒ 뉴데일리
    ▲ 한 권에 담은 일본 명작소설 아버지. ⓒ 뉴데일리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대학시절 만났다. 문학을 얘기하며 함께 밤도 많이 지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는 순수소설을 썼다.
    기쿠치 칸(菊池寬)은 아니었다. 대중적인 장편소설을 썼다.
    성격도 너무 달랐다.
    아쿠타가와는 예민하고 선이 가는 성격이었다.
    기쿠치는 선이 굵었다. 남자답게 호방했다.
    때론 이렇게 정반대의 사람들이 서로 잘 지낸다.
    부부사이도 그렇지 않은가?
    아쿠타가와는 30대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기쿠치는 일본 최고의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를 창간해 성공했다. 아주 크게.
    나중엔 정치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아쿠타가와가 자살하자 기쿠치는 친구를 기리는 상을 만들었다.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賞이다.
    아름다운 우정을 이어간 두 사람의 중단편 각 6편씩을 이 책은 담고 있다.
    하루키나 아사다 지로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이지만 이들의 작품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천하의 글쟁이’인 역자가 “읽을수록 어찌나 감칠맛이 나는지 황홀할 지경”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믿고 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으로 고른 '아버지'는 빛바랜 앨범에 담긴 우리네 아버지, 혹은 우리 모습들이다.
    평소 반항적인 아들이지만 수학여행 떠나는 모습을 보려고 몰래 역으로 나간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발견하고도 먼발치에서 나 몰라라 시치미 떼고 아버지에게 '런던 거지'라는 별명을 붙이며 친구들과 심술궂은 장난질에 열중하는 아들. 1950년대나 60년대쯤 우리 주변에서 보던 낯익은 풍경 같다.
    하긴, 사람 사는 모습, 어디나 비슷하지 않던가?
    일본문학 거장들의 명작을 감상하는 좋은 기회다.

    기파랑 펴냄, 2224쪽,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