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남북한이 함께 본선 무대에 오르는 일이 늘고 있다. 올해만 벌써 두 차례나 남북한 축구사가 새로 쓰였다.

    남북한은 남자 A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한 데 이어 12일 막을 내린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여자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과 북한이 각각 2, 3위를 차지해 내년 독일에서 열릴 FIFA U-20 여자월드컵 본선 무대에 아시아 대표로 나란히 오르게 됐다.

    두 대회 모두 남북한의 동반 본선 진출은 처음이다. 남북한 16세 이하 여자 대표팀은 오는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권 획득에 도전한다. 이 대회에서도 모두 3위 안에 들면 내년 한 해만 세 차례 세계 대회 본선에 남북한이 함께 나선다. 이제 축구팬은 아시아 예선이 아닌 월드컵 무대에서 이뤄질 '코리언 더비'도 그려본다.

    ◇남북한, 세계대회 동반 출전의 역사

    남북한이 FIFA 주관 대회에서 동반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것은 1991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월드컵(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이 시작이다.

    한국과 북한은 지역 예선을 겸해 1990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U-19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해 세계 대회 출전권을 땄다. 남과 북은 포르투갈 대회 출전이 확정되고 나서 단일팀 구성에 합의,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참가해 8강까지 나아갔다.

    남북한이 따로 FIFA 대회 본선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때부터다. 당시 한국은 3전 전패로 B조 4위, 북한은 1승2패로 A조 3위에 머물러 4개조 1, 2위가 겨루는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07년부터는 남북한의 세계 대회 동반 진출이 빈번해졌다. 2007년 캐나다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과 한국이 개최한 U-17 월드컵 본선에 남북한 대표팀이 동반 출전했다.

    2008년 뉴질랜드가 개최한 제1회 U-17 여자월드컵에는 `코리언 낭자'들이 함께 출전했다. 한국은 8강에 올랐고, 북한은 초대 챔피언이 됐다.

    올해는 결국 맏형들이 큰일을 냈다. 한국과 북한은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에 함께 초대됐다. 이어 여자 U-19 대표팀이 처음으로 FIFA U-20 월드컵에 함께 출전하게 됐다.

    ◇'남녀북남(南女北男)' 성장세가 큰 힘

    한국 남자축구, 북한 여자축구는 이미 아시아권에서는 정상급이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내년 남아공 대회까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총 8회)에 성공했다.

    북한 여자 대표팀도 1990년대 이후 열린 9차례 아시안컵에서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차지한 아시아 강호 중 하나다. 1999년 미국 대회부터 2007년 중국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북한은 2006년 러시아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서 남북한 축구 사상 첫 세계무대 제패라는 위업을 달성기도 했다.

    결국 최근 FIFA 주관 대회에서 남북한의 동반 본선 진출이 늘어난 것은 상대적으로 아시아권에서조차 경쟁력이 떨어졌던 한국의 여자축구, 북한의 남자축구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단 출발 자체가 늦었던 한국 여자축구는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 제 궤도에 들어선 상태다.

    한국 여자축구가 처음 국제 대회에 나선 것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다. 당시에는 여자축구 선수가 없어 주로 다른 종목의 대학 선수들을 뽑아 대표팀을 꾸렸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초.중.고교에 여자축구 팀이 만들어졌고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 유소년 상비군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2004년에는 AFC U-19 여자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도 아시아에서는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베오그라드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보통 아시아에 배정되는 여자 월드컵 출전 쿼터는 석 장이다. 한국은 이제 북한, 중국, 일본 등 기존 3강 중 하나는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되다보니 월드컵 출전 횟수도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북한 남자축구의 경우 199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오르는 등 1950∼60년대만 해도 한국이 맞대결을 부담스러워 해 월드컵 예선에 불참할 만큼 아시아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이후 폐쇄적인 체제 특성과 경제난까지 겹쳐 국제대회 참가마저 들쭉날쭉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축구에 대한 관심마저 식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A대표팀이 출전한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최종예선까지 꾸준히 진출하는 등 베일을 벗고 국제 무대에 계속 얼굴을 내밀면서는 한걸음씩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004년과 2006년 AFC U-16 선수권대회 준우승, 2006년 AFC U-19 선수권 대회 우승 등 청소년 대회에서 아시아 정상권에 오르면서 북한 남자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일본 J-리그의 정대세(가와사키)와 러시아 리그의 홍영조(FK로스토프), K-리그의 안영학(수원) 등 해외파들이 A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세계 축구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도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다시 오른 큰 이유 중 하나다.

    ◇남북한, FIFA 주관대회 본선 동반 출전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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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 개최국 본선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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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 U-20 월드컵 포르투갈 단일팀 코리아(8강)
    2003 여자월드컵 미국 한국.북한 조별리그 탈락
    2007 U-20 월드컵 캐나다 한국.북한 조별리그 탈락
    2007 U-17 월드컵 한국 한북(조별리그 탈락) 북한(16강)
    2008 U-17 여자월드컵 뉴질랜드 한국(8강) 북한(우승)
    2010 월드컵 남아공 ?
    2010 U-20 여자월드컵 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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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