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을 뜨겁게 달궜던 한나라당의 `9월 조기 전당대회' 이슈가 최근 동력을 잃으면서 여권 내부 역학구도에도 변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9월 전대가 단순히 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간, 소계파간 파워게임 양상으로 전개돼온 9월 전대가 성사되느냐, 무산되느냐에 따라 당내에 미칠 영향도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일 현재로선 9월 전대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친이(친이명박)계의 9월 전대 주장은 친박(친박근혜)계와 중립성향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조기 전대가 끝내 무산될 경우 난감해지는 쪽은 친이계다. 친이계는 전대가 늦게 치러지면 질수록 친박이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 입장에선 정계복귀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악재라 할 수 있다. 이 전 최고위원 본인은 전대 출마와 관련해 한번도 공식 언급을 한 적이 없지만 전대가 열릴 경우 당연히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역으로 친박측은 다소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박측은 9월 전대 저지를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 당 복귀도 막고 향후 정치일정도 자신들의 구도대로 이끌어 가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법 국회 통과 이후 다시 `침묵모드'에 들어간 박근혜 전 대표는 모든 정치일정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맞추고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으로서는 9월 전대가 열리면 열리는 대로, 열리지 않으면 않는 대로 나쁘지 않은 카드다. 대권후보 경쟁에 앞서 어차피 한 번은 박 전 대표, 이 전 최고위원과 치열한 당권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9월 전대가 무산되고, 박희태 대표마저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하차하면 몇개월간 대표대행을 맡으면서 당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을 수 있다.

    당 쇄신논란 속에 사퇴압박을 받았던 박 대표는 그간 불명예퇴진을 피한 데다 9월 전대론 소멸시 적어도 10월 재보선 직전까지는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갖고 재보선에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공식적으로 `2선 후퇴'를 선언한 만큼 당 현안과 거리를 두고 있다. 7일부터는 열흘간 일정으로 자원외교차 남미를 방문한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이 친이계 내부의 `이상득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온 만큼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일선 복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 의원의 물밑역할 공간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