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전(前)노동당비서 ⓒ 뉴데일리
    ▲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전(前)노동당비서 ⓒ 뉴데일리

    1952년 헬싱키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을 때 북한군 고급 군관이 "남조선으로 진격해 보니 물건이 산더미 같더라. 전쟁을 일으키기를 백번 잘한 것 같다"고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도 북한은 전쟁 예비물자를 6개월분만 비축해 놓고 있으며 나머지는 '남한 점령지'의 물자를 빼앗아 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정일은 처음부터 '무력통일론'에만 의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는 지속적으로 남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고 있으며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계속했음이 이번 제2차 핵실험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북한의 군사도발이 현 정부의 '대결정책'의 산물이라는 남한 내 좌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미국과의 협상용 또는 후계문제를 확정 짓기 위해서 핵실험을 했다는 주장 역시 억측임을 지적하고 싶다. 김정일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려는 것은 단기적인 전술에 불과할 뿐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최후의 목적은 한반도 문제이며 남한으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남한 내의 친북세력과 좌파 정치인들을 잘 활용하면 언제든지 '적화통일'이 가능하다는 게 김정일의 계산이다.

    후계자를 선정하는 문제는 북한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논의의 대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몇백만명이 굶어 죽어도 끄떡하지 않는 김정일인데, 세습을 세번 하든 네번 하든 자기 마음대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김정일이 정한 후계자가 누구든 그 사람은 김정일과 같은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로는 남한 내에서 튼튼한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반대파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국회를 전기톱으로 부수지 않나, 촛불시위 한다면서 경찰을 때리지 않나, 이런 것을 그냥 두고 선거를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치권에서부터 폭력을 사용하니 법질서가 세워지지 않고 법원에서 판결을 내려도 집행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미숙하고 허약한 민주주의는 김정일이 기뻐하는 것이다. 남한이 허약하니 무력적 우위만 확보하면 적화통일도 가능하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폭력이 없는 성숙하고 굳건한 민주주의가 뒷받침될 때 김정일이 남한을 우습게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과 외교를 잘해야 한다. 중국은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핵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거부하다 보니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서 험담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전에 내가 북한에 있을 때도 김정일 정권은 미국보다는 중국에 대해서 비판을 했었다.

    이전에 중국은 김정일을 통해 자기 권위를 높이고 미국 세력이 압록강까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김정일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동맹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을 깔보고 위협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중국은 김정일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중국이 김정일과 관계를 끊고 미국과 일본, 한국과 가깝게 지내면서 고도성장을 계속하는 게 중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은 위대한 장군이요 천재라는 선전에 휘둘려 실제로 그렇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김정일 자신이 스스로 천재라는 환상을 가지고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용무기로 타격을 가하다가 곤란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반대하는 것이다.

    파국을 막는 길은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수령제도를 없애고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대의 걸림돌은 김정일 바로 그 자신이다.
    <7월9일자 조선일보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