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뉴데일리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뉴데일리

    ‘재미는 창조’라는 키워드로 월간조선, 신동아 등에 연재됐던 명지대 김정운 교수의 칼럼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성공을 위해 무작정 달려온 남자들, 그들이 왜 어느 순간 자아를 상실한 느낌이 드는지, 권위와 의무감에 탈출구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드는지, 어디서도 지친 영혼을 뉘일 곳을 찾지 못하게 되는지를 문화심리학적으로 분석해냈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답답한 갑옷 같은 현실 속에서 소년 같은 영혼을 지닌 채 살아가야 하는 남자들을 위한 독백이자 위로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올랐다고 자부하는 특정 연령층의 남자,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특정 부류의 여자들을 떠올리면 특유의 ‘아우라’가 떠오른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입 꽁지가 살짝 아래로 쳐져 있고 틈만 나면 ‘왜 내 밑에는 나만한 놈이 없느냐’며 분노한다”, “시대의 내일을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 땅의 정치행태부터 부도덕한 연예인의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나와 상관없는 구라에 핏대를 세운다" 등등.

    저자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풀어낸다. 연봉과 직장과 가정에 저당 잡힌 자신의 인생을 한탄할 뿐, 지금 그곳에서 소소한 행복과 재미를 맛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은퇴하고 나면, 자식들이 좀 크고 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단언한다. 지금 당장 재미있고 행복해지지 못하는 ‘행복 유예병’은 성취지상주의가 낳은 이 시대의 돌림병이자, 가장 중독성이 강한 증후군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은 수많은 성공처세서에 지친 독자들에게 주는 유쾌한 위로이다. 성공을 향해 달음질 쳐보아도 왠지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듯하고, 위로받고 싶지만 딱히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이 땅의 남자들을 위한 통쾌한 처방전이기도 하다.

    쌤앤파커스 펴냄, 304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