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14일 북한이 전날 우라늄 농축작업이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함에 따라 그 증거 수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폐연료봉 재처리 후 핵무기 제조 과정 ⓒ 연합뉴스
    ▲ 폐연료봉 재처리 후 핵무기 제조 과정 ⓒ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한다"며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그간 공개적으로 우라늄 농축 활동을 부인해오던 태도를 바꿔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개발해 이제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이런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핵활동에 따른 대기분석용 특수정찰기인 WC-135W와 적외선 열감지 센서가 장착된 첩보위성, 인적정보망(HUMINT) 등을 총동원해 증거 수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첩보수집 수단을 통해 대기 중의 6불화우라늄(UF6), 주요 핵시설 의심 지역에서의 고열 감지, 원심분리기 모터의 안정적인 전기공급에 필요한 주파수 변환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신호 등을 잡아낸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주력은 WC-135W 정찰기 등을 이용해 대기 중의 UF6를 수집하는 작업이다.

    우라늄(U)에 불소(F) 원자가 6개 붙어 있는 화합물인 UF6는 천연 우라늄을 가공해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생산물이다.

    천연우라늄을 질산에 녹인 뒤 도자기를 굽듯 열을 가하면 '옐로 케이크'(yellow cake)라는 우라늄과 산소가 결합한 고체물질이 만들어지며 그 뒤 산소를 불소로 바꿔 UF6를 만들어낸다.

    UF6는 섭씨 80~90도로 가열하면 기체가 되는데 이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회전시키면 질량에 따라 U(우라늄)-235와 U-238이 분리된다. 이 중 U-235를 3~5% 수준으로 농축하면 핵발전소의 연료가 되고 90% 이상 농축하면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농축시설에서 누출된 UF6는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와 결합해 주변에 가라앉을 수도 있고 대기와 섞여 멀리 날아갈 수도 있다. 이때 특수정찰기에 포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첩보위성도 가동된다. 농축시설에서 발생하는 많은 열과 이를 식히는 냉각수의 온도 변화는 적외선 열 감지센서가 있는 첩보위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곳에서 평소와 다른 열이 감지되면 농축활동의 증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데 보통 50kWh의 전력이 소모되며 이때 전기발전체계에서 독특한 신호가 발생된다.

    원심분리기를 고속회전(5만~7만rpm)시키기 위해서는 고주파수를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주파수 변환기를 이용하게된다. 주파수변환기는 고주파수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전선에 특징적인 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거들은 순전히 기술적인 지표에 불과하며 북한당국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간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이란 추정만 있었을 뿐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우라늄 농축시설이 가동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으며 설령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전문가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철저히 은닉하기로 했다면 농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증거를 감출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고효율의 필터를 사용하는 환기시설을 갖춘 소규모의 잘 설계된 지하 농축시설이라면 1년에 1~2개의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사실상 탐지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도 "농축우라늄에 의한 핵무기 개발 과정은 지하시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파악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사실상 휴민트(인적정보망)나 고위층을 통한 정치적인 선에서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