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연합뉴스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연합뉴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세기의 장례식'이라고 칭하며 "또 하나의 정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권교체는 아직 멀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인도의 성자 간디가 암살돼 화장으로 국장이 치뤄졌을 때도 이번 국민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중국의 모택동 주석이나 북한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도 이번 국민장을 능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사모 회원이 전국적으로 몇 명인지 알 수 없지만 장례식 준비만은 완벽했다"며 "우리가 믿고 있는 정부보다 훨씬 유능하고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또 하나의 정부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방송 3사가 총동원돼 노무현씨를 하나의 순교자,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는 일에 성공했다"며 "이 장례식이 끝난 뒤 어느 누구도 노무현씨를 비판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씨는 순교자도 희생양도 아니고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누렸다"며 "저승으로 가는 길도 본인이 선택한 것일 뿐 누구의 강요나 권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007년 대선을 통해 여야가 바꼈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정부가 보이는 정부보다 훨씬 능력이 있다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1천만은 낙동갈 오리알이 된다"고 한탄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왜 대통령이 되셔가지고 우리 모두를 이렇게 만드십니까. 답답해 속 터질 지경이니 속 시원한 말 한마디 들려달라"고 글을 맺었다.

    또 31일에는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더니'라는 글을 올려 "장례식(29) 당일은 완전히 노사모의 날이었다"며 "사람이 죽어서 슬픈 기색을 보일 수 있지만 방송 3사 카메라는 슬픈 표정보다 오열, 울부짖는 얼굴만 골라서 비쳐줬다. 내 눈에는 방송 3사 PD, 아나운서도 몽땅 노사모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여정부에서 총리도 지내고 장관도 지낸 사람들의 눈물은 이해가 가지만 한 때 정권의 국민적 지지율이 10퍼센트로 하락한 적도 있고 정권하에서 너무 억울해 한강에 투신자살한 대기업 사장도 있었고 목 매어 생을 마감한 광역시 사장도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감상적으로 흘러 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4천 7백만 동포가 다 노사모는 아니다"라며 "국군은 죽어서 말하지만 국군 아닌 사람이 죽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차분한 자세로 역사의 심판을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