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인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는 17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의 여론조사 수용 여부를 두고 휴일 기싸움을 벌였다. 지난 3월부터 100일 기한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위 활동은 다음 달 15일이면 만료된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 처리에 양보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미디어법 원안대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논의를 할 수 있다는데도 민주당은 이에 응하지 않고 원천봉쇄를 하려는 것 같다"며 "미디어위 자체가 여론수렴을 위한 것인데 또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은 정치투쟁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또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 뜻과 맞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며 "민주당은 애초부터 합의할 생각이 없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추천 미디어위원들(김우룡 황근 최홍재 강길모 김영 변희재 윤석홍 이헌 정완 최선규)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 측의 정략적 여론조사로는 국민여론을 수렴할 수 없다"며 확실한 반대입장을 내놨다. 또 이들은 민주당 측 미발위원들이 '한나라당이 여론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소리를 아예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우리의 진의는 물론, 지난 15일 회의 과정 전체를 왜곡하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우리는 입법의 핵심적 근거가 될 여론독과점 상황에 대해 그 실태를 조사하고자 했지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이야기 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위원들은 여론조사에 대해 "법안에 대해 찬반을 묻고 이를 정책 결정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고 현실적으로 매우 유해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가 주요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법조문 하나하나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부정하는 초법적 발상"이라며 "법안 찬반 여론조사로 입법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소모전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설문항 작성 과정 자체로 인해 본연의 임무인 충실하고 합리적인 보고서 작성은 불가능해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상세하고 전문적인 여론 조사를 위해서는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대한 부연설명을 포함해 최소 80여 가지 이상의 질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디어위원들은 "이 조사는 일반 국민은 물론 해당 분야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렵고 응답률은 최저수준으로 전략해 여론조사 가치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측 위원들은 미디어위가 정쟁의 장이 되는 것을 단호히 배격할 것, 자체토론과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 입법안의 국민적 근거가 될 매체영향력 실태조사 수용 등 세가지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측 미디어위원들이 우리가 강력히 요구해 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에 의한 국민여론 조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며 "이로써 정부 여당이 미디어위원회를 언론관계법 강행처리를 위한 시간떼우기용, 구색맞추기용, 명분쌓기용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명약관화해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문방위원들은 이날 전체 명의의 성명을 내고 "여당은 여론조사 거부 선언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측 미디어위원 중 일부는 여론조사에 찬성하는 위원도 있었지만 엊그제 한나라당측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모두 묵살됐다"며 "혹시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한나라당의 지침이 국민위원회 한나라당 측 위원 앞으로 전달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의견의 입법 반영을 전제하지 않으면 언론관계법은 의미가 없다"면서 "끝까지 국민 의견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를 거부해 파국이 초래된다면 그 후에 야기될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 야당에 있음을 경고한다"며 '보이콧'을 시사했다.

    6월 국회를 진두지휘할 여야 지도부의 강경 방침은 또다시 여당의 직권상정 요구와 야당의 실력저지의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수로 밀어붙인다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죽기로 싸우겠다"면서 배수진을 쳤으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안상수 정의화 의원 역시 "미디어법은 6월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상태다. 미디어법 관련 국회 상임위 논의는 미디어위 활동이 끝나는 내달 15일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