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실의 시대 ⓒ 뉴데일리
    ▲ 상실의 시대 ⓒ 뉴데일리

    오늘 한국의 40~50대는 과연 행복한가? 80년대 최루탄과 화염병, 각목이 난무하던 캠퍼스에서 시대의 가슴앓이를 했던 40~50대는 이제 고교생 빠르면 대학생 자녀를 둔 기성세대기 되었다.
    데모로 지새던 젊은 날은 과연 영광이었는가? 그렇게 해서 얻어낸 민주주의는 우리 잃어버린 젊은 날들을, 스스로 외면했던 낭만과 사랑을 어떤 식으로 보상해주고 있는가?

    데모만 했던 한국의 386들과 다르게, 사랑만 했던 일본의 어느 젊은 날은 그래서 한국 독자들의 가슴을 사로잡았을 지도 모른다. 1987년 발표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한국에선 ‘상실의 시대’란 이름으로 번역돼 하루키 열풍을 일으켰다. 이 책은 일본에서도 600만 부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선 1989년 초판 발행 이후 200쇄 가까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젊은 날의 감미롭고, 황홀하고, 또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국경을 뛰어넘어 오늘을 사는 동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공감대를 안겨주었다. 출판 20년째인 이 책은 최근 한국 독자들에게 최고의 일본소설로 꼽혔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백석기)가 13일부터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9 서울국제도서전의 일본 주빈국 선정을 기념해 실시한 ‘가장 좋아하는 일본소설’ 설문조사 결과다. ‘상실의 시대’는 전체 응답자의 52% 지지를 얻어 1위로 선정됐다.
    결국 사랑 앞에서 이념따위는 참으로 보잘 것 없다는 얘기다.
    시대의 아픔으로 ‘사랑 따윈 난 몰라’를 강요당했던, 푸른 시절을 잃었던 한국의 40~50대는 그래서 더 ‘상실의 시대’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