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8일(한국시간)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내 중심국 역할을 자임하는 '신(新) 아시아 외교 구상'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카르타에서 아주지역 공관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 중심축이 아시아권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외교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한 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지난해 초석을 다진 주변 4국 외교에서 범위를 확대해 아시아 국가를 중시하는 외교를 강조했다. 김호영 주인도네시아 대사, 최종경 주필리핀 대사, 임홍채 주베트남 대사, 김우상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신정승 주중국 대사, 백영선 주인도 대사, 권철현 주일본 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지난해 가장 영향을 끼치는 4강외교 중심으로 외교를 했으며, 특히 한미 관계가 복원됐고, 일본 관계도 복원됐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 단계 높은 외교 관계를 이뤄 4강 외교는 성공적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또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3국 순방을 정리하며 이 대통령은 "실질적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자원 공급과 연관된 호주, 21세기 녹색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인도네시아의 관계에 있어서 예상했던 결과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호주 인도네시아의 3각 관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우리 국가위상을 높이고 실용적 성과를 거두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아시아 시대가 예고돼 있으므로 금년에는 이웃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취임 첫 해 주변 4국 외교를 마무리한 데 이어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G20 금융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 등 외교적 발언권을 넓힌 성과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이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제시, 국제적 이슈를 주도하고 있어 외교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에는 아시아권내에서 아직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이 아시아 중심국 역할을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아시아를 대표할 역할을 맡을 공간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4월10~12일, 태국) △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6월1~2일, 제주도) △ 중앙아시아 3국 방문(5월) △ 아세안+3 정상회의(10월) △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11월, 싱가포르) 및 주변 아세안 국가 순방 △ 제2차 한·중·일 정상회담(올 하반기) 등의 대외 일정을 잡아놨다. 아시아 국가 정상을 대상으로 하는 초청 외교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신아시아 외교의 방향으로 아시아권내 모든 나라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경제 교류를 대폭 확대하고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이슈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또 아시아 각국에 대해 '맞춤형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아시아 지역에 한국 역할과 기여를 증대하기로 하는 4대 목표를 마련했다. 아·태지역 녹색성장벨트 조성, 아시아권내 자유무역·상호투자 확대, 아시아 지역 개도국에 대한 한국 개발경험 전파, 개도국 유무상 원조(ODA) 확대도 추진된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참모는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빠른 시간내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한 사례를 기반으로 선후진국간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조건을 활용해 금융위기, 기후변화, 개발협력 등 범세계 이슈에서 아시아 역내 협력 외교를 과감하게 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 당면 현안에 한국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창의적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신아시아 외교 구상은 이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7일 저녁 수행 기자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4강 외교가 1차적으로 끝나고 한·중·일 3국간에도 특별한 외교관계가 됐으니 올 상반기까지는 아시아 국가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