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신문사가 여론을 독점 할 것이라는 주장에 "학술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오히려 현재 여론집중도가 매우 강해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7일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이하 공발련)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방송법 논란, 타개책은 없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공발련은 "공영방송법 제정과 기존 미디어관련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찬성이든 반대든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실증적 논거는 약한 듯 하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핵심 논거의 타당성을 점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윤석민 교수 인터뷰

    "여론지배력 지닌 TV방송 이l야말로 최고권력"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27일 "방송법개정 반대하는 측, 특히 지상파 방송의 노조들을 중심으로 여론독과점 심화를 (반대)명분으로 내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방송법 논란, 타개책은 없는가?'세미나에 나와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미디어시장에서 여론지배력 현황을 측정해본 결과, 가장 강력한 여론독점 내지는 압도적인 여론지배력을 드러내는 미디어는 지상파 TV로 확인됐다"며 "그 다음으로 강력한 여론 지배력을 행사하는 미디어는 인터넷 포털인데 이 둘이 상호결합하면 여론 지배력은 가공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방송법 개정에서 소유 규제완화를 비판하는 핵심 논리가 '여론 지배력' '여론독과점' 심화인데 이 주장은 애매하기 짝이 없다"며 "방송소유 규제완화가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방송소유 규제완화에 대한 부정적 정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는 대중 선전구호로 강한 설득력을 지닌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TV는 의제설정, 다양한 미디어의 여론형성효과 차원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노무현 탄핵 이후 정치적 역풍사태, 광우병 공포를 조작 과장해 촉발된 촛불시위 사태에서 그 어떤 미디어에도 비견될 수 없는 TV의 막대한 여론형성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 뉴스 및 시사프로그램은 즉각적인 인지적, 정서적, 행위적 반응을 촉발시킨 반면 방송법 개정 반대론자들이 여론독점의 실체로 지목한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 견해는 이런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의 아무런 아젠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비교했다.

    "다매체되면 방송사 여론독과점 줄어"

    윤 교수는 "방송법 반대론자들이 제기한 여론독점 및 과도한 여론지배력의 문제는 소수 TV방송사에 대해 제기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여론을 좌지우지할 여론 지배력을 지닌 TV방송사들이야말로 우리사회 최고권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교수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수용자 점유율에서 지상파 TV는 KBS 21.1% MBC 10.8% SBS 10.6%인 반면 조선일보 5.6% 중앙 4.4% 동아 3.2%로 기록했다. 도달점유율의 경우도 KBS 17.1% MBC 15.9% SBS 15.6%였고, 조선3.4% 중앙 2.7% 동아 2.3%로 조사됐다.

    윤 교수는 세미나 직후 뉴데일리와 만나 "가령 MBC와 조선일보가 합쳐지면 문제지만 (신문의 방송진입으로)지상파 쪽이 다매체가 되면 집중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중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현재 방송사 여론독과점 체제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왜 국민들에게 조중동 방송진입이 여론장악기도로 비쳐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윤 교수는 "MBC가 특히 강력한 수단인 방송으로 메시지와 뉴스를 던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참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소유제한 완화에 따라 방송시장에 경쟁력있는 사업자들이 적절하게 진입할 경우 방송시장의 위기 극복과 함께 지상파TV의 과도한 여론지배력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교수는 '방송 소유규제 완화와 여론 독과점' 주제 발제를 통해 "방송법은 요약하면 대기업과 신문사가 방송사업 못하게 막은 상태를 풀어주자는 것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방송법이 여론독점하는지 단 한번도 학술적으로 토론되거나 검증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슬로건이 이에 대한 토론을 원천 차단하고 감성적인 소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번 발표를 위해서 수백개가 넘는 자료를 분석했다"고 밝히면서 "연구결과 여론지배력은 지상파 TV가 50% 정도를 차지해 그 지배력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잉되는 여론의 힘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혼란상태에 빠지는 이런 일이 왜 가능하겠느냐"며 "이것은 어떤 지상파가 갖고 있는 과도한 여론지배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데도 노조가 방송법 개정을 극력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방송법 개정으로 이런 여론집중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공영방송법 제정과 방송구조 개편' 주제로 발제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방송법 개정하기에는 정치, 기술, 경제적 변수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라고 지적하면서도 영국 BBC 트러스트(Trust) 및 일본 NHK  경영위원회 모델 등의 해외 사례를 참조해 바람직한 법 제정 방안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6가지 안을 제시했다. 그는 "방송 공익성을 제고할 제도적 보장 장치와 사후 규제수단을 개발해야 하며 지상파 케이블 IPTV도 새로운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정 유연성을 위해 공영방송은 수신료, 지상파 방송은 광고, 뉴미디어 방송은 가입료 체제, IPTV 등 융합서비스는 페이퍼채널(pay per channel) 중심으로 매체간 다른 수입원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내부경영혁신 프로그램 개발, 자본의 유연성 확보, 매체간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이선재 KBS 대외정책팀장, 최기화 MBC 정책기획팀장,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인숙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