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그룹 빅뱅의 도전기를 담은 자기계발서 '세상에 너를 소리쳐!'가 23만부 출고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들을 키워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39) 대표에게도 빅뱅 만들기는 시작부터 도전이었다. 아이돌 그룹이지만 '꽃미남' 외모 대신 잠재력을 선택했다. 다큐멘터리를 자체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데뷔시켰고 한 달에 한 번씩 미니음반을 낸 것도 가요계에서 첫 시도였다. 

    최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합정동 사무실에서 양 대표를 만나 2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그는 "이곳에 오후 2시 출근해 오전 6시에 퇴근한다"며 "요즘은 합정동에 YG 사옥도 짓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빅뱅을 키우는데 어떤 도전이 있었나"라고 묻자 "빅뱅은 시행착오를 장점으로 바꾸는 특기가 있다"며 "어떤 컵에 담아도 모양을 바꾸는 물처럼 자신들의 몸에 맞춰나갔다. 내가 빅뱅을 만든 게 아니라 서로 발전적인 관계"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음반과 음원, 공연, 광고, 책 등 빅뱅의 총 매출은.
     
    ▲쉽게 환산은 안된다. 40억원의 콘서트 매출까지 지난해 YG에서 발생한 매출만 총 400억원 규모다. 빅마마, 휘성, 거미, 세븐이 모두 활동할 때 매출이 120억~130억원이었다. 간접적으로는 지-드래곤의 저작권료도 있고, 빅뱅의 패션이 유행하면서 동대문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들었다. 

    --빅뱅의 서바이벌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곰TV를 통해 인터넷으로 데뷔시켰는데. 

    ▲여느 신인처럼 쇼 프로그램으로 데뷔하면 실력과 잠재력의 진가를 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세상을 적극 활용하고 싶었다. 2006년 10회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내 돈으로 제작했고 곰TV를 선택해 인터넷 바다에 뿌렸다. 이후 다큐멘터리를 MTV에서도 방송했는데 필요한 미디어를 활용한 것이다. 

    --현재 빅뱅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재작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은 빅뱅을 알지 못했다. 빅뱅이 대중적으로 주목받은 건 '거짓말' 부터다. 비슷한 시기 원더걸스 등이 함께 나왔는데 이들이 가요계로 대중의 관심을 다시 끌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빅뱅 다큐멘터리에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문화적으로 영향력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내 얘기가 나온다. 은퇴 후 만난 서태지가 '왜 예전처럼 음악, 패션, 춤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뮤지션이 없는지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서태지의 음악을 바탕으로 나와 이주노의 춤과 패션이 더해져 파급 효과가 컸다. 문화는 기술보다 감각이 지배하는 분야다. 빅뱅 역시 팀 안에서 지-드래곤이 자작곡을 만드는 영감과 패션을 주도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또 멤버들끼리 영향을 받아 모두 음악과 춤, 패션 감각이 있고 청소년들이 흐름을 이어갔다. 

    --영향력은 어디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나. 

    ▲10대, 마니아를 넘어 여러 세대가 공감한 음악 덕이다. 지금껏 YG는 프로듀서를 영입한 적이 없다. 페리, 원타임의 테디, 용감한형제, 스토니스컹크의 쿠시 등 모두 키워냈다. 작곡 능력도 없던 15살 지-드래곤에게 1천만원 어치 악기를 사준 것도 로또보다 큰 투자였다. 

    --2004년 세븐이 국내에서 디지털 싱글을 내고 처음 활동했다. 빅뱅도 한 달 간격으로 미니음반을 내 성공한 첫 팀이다. 음반과 음원 시장의 흐름을 예측한 결과인가. 

    ▲음반 시장은 이미 마니아를 위한 것이며 활성화하지 않을 것이므로 빅뱅은 미니음반으로 전환했다. 가요계는 음반 시장 불황의 원인으로 불법 다운로드를 지목했다. 잘못된 생각이다. 대중은 MP3,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데 합법 유료 음악사이트가 없으니 대중은 불법을 저질렀다. 지금 대중은 월정액을 내고 음악을 듣는데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 시장이 건강해졌다. 

    --빅뱅의 음악 콘텐츠, 브랜드를 어떤 방식으로 확장하나. 

    ▲음악 사업은 한계가 있으니 상품, 게임 등 빅뱅 캐릭터와 음악을 여러 사업으로 연계해 자본이 유입되도록 해야한다. 일례로 현재 한 게임 업체의 인기 게임 '서든 어택'에 빅뱅의 캐릭터와 음악을 삽입한다. 현재 이 업체와 빅뱅을 이용한 새로운 게임을 합작 개발 중인데 올해 말께 선보인다.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어떤 뜻이 있나. 

    ▲콘텐츠 확장의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멤버들과 롤링 스톤스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봤다. '왜 국내 가수 수명은 짧을까. 왜 서태지와 아이들을 4년 밖에 못했을까' 생각했다. 일방적으로 해체해 죄책감이 들더라.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빅뱅은 지금 팬들과 같이 늙어가는 것이다. 올해는 대중에게 더 깊이 스며들, 좋은 영향을 줄 계획이 3~4개 있다. 그룹이 오래가려면 하고 싶은 음악의 욕구도 풀어야 하니 솔로 활동은 필수다. 지-드래곤이 4~5월, 이후 태양이 두번째 솔로 음반을 낸다. 

    --일본 등 빅뱅의 해외 진출 방식도 차별화한 전략이 있나.

    ▲일본에서 빅뱅은 인디 시장에서 출발했고 음악성을 인정받은 후 최근 메이저 음반사인 유니버설과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인디 레이블에서 영어로 음반을 내 한류에 편승하지 않았고 TV 출연없이 지난해 공연에서 2만 관객을 모아 현지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유니버설에서 6~7월에 나올 음반은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노래하고 TV 프로그램도 공격적으로 출연한다. 콘서트 제의가 많은 중화권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 

    --빅뱅 혹은 멤버들을 어떤 음악인으로 성장시키고 싶나. 

    ▲멤버 별 색깔은 어느 정도 표출돼 있다. 태양은 오리지널 솔 풍의 음악으로 마니아 성향이 짙고 남자 팬도 많다. 지-드래곤은 패셔너블한 스타이자 다양한 음악을 자기 스타일로 만드는 친구다. 탑은 힙합 성향이 강한데 작사, 작곡, 편곡 실력도 있어 음악 공부를 한 후 신중하게 낼 것이다. 올해 말, 내년 초께 솔로 음반을 낼 대성이는 깊은 발라드에 소질이 있다. 승리는 팝적인 요소가 강하다. 각자 개성이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