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싼 것만 찾던 시절과는 달리 가격과 대비해 품질과 서비스를 깐깐이 따지는 이른바 '지식쇼핑형' 소비자가 대세인 소비패턴에 발맞춰, 기업들이 100%당첨 경품 증정식 마케팅을 벗어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상품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쏙쏙 빼먹는 불편한 고객인 ‘체리피커’의 공격 대상이 될 위험이 커 손실이 우려되고, 우량고객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과 소비자,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휴먼미디어 마케팅이다. 글자 그대로 일반인 소비자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 체험단 운영, 커뮤니티나 블로거 제휴 등 코어타겟 소비자가 대상인 점이 특징이다. 소비자는 필요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거나 제품을 싼 값에 혹은 공짜로 얻는 장점이 있으며, 기업측은 냉철한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고 구전효과까지 있어 매출과도 직결된다.

    ►체험단운영
    일반인 대상 복근체험단인 '슬렌더톤 챌린저'(http://ifitness.kr)는 이같은 맥락의 마케팅이다. 슬렌더톤측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가의 몸매 관리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무료로 지원하고, 대신 프로그램 참가자는 슬렌더톤의 TV 및 신문광고 모델로 선다. 슬렌더톤 챌린저 담당자는 “고객체험단은 체험의 기회를 통해 감동을 주고, 이성적 정보뿐 아니라 감성적 가치를 공유하게 해 의미가 있다. 현재 모집 중인 예비여대생을 시작으로 중년 직장남성, 산후비만 아기엄마 등 고객 타겟을 세분화한 체험단 운영을 통해 소비자 반향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부의 힘! 와이프로거
    주부블로거를 뜻하는 ‘와이프로거’를 활용한 체험단도 증가 추세다. 와이프로거의 블로그는 친목이나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블로그와는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정보를 제공해 실질적 도움을 주기 때문에 와이프로거의 블로그에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의 막강한 입김몰기에 가장 주목하는 곳은 바로 가전제품 분야다. 

    가장 경쟁이 뜨거운 제품은 세탁기다. 기존에도 주부체험단을 운영해왔으나 이제는 서포터즈 발대식까지 개최하는 등 주부를 대대적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가 운영하는 ‘트롬 안심케어 서포터즈’, 삼성전자의 ‘하우젠 버블 마니아’ 등이 대표적이다. 가족 건강을 최대 관심사로 꼽는 주부의 특성에 주목해 아기엄마 체험단을 모집한 케이스도 있다. 휴대용비데 ‘바로이떼’ 역시 지난해 11월 아기엄마 커뮤니티인 '디보홈에듀'(http://cafe.naver.com/dibohomedu) 와 연계해 엄마체험단 1기를 모집했다.

    ►파워블로거를 잡아라
    광고 뺨치는 블로거들의 영향력 덕분에 파워블로거에게 신경을 쓰고 전략적으로 손을 잡으려는 기업이 늘었다. 신제품 발표회에 블로거와 기자를 같이 초대하거나 블로거만을 위한 제품발표회를 따로 열 정도. GM대우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준중형 자동차 ‘라세티 프리미어’ 시승 행사를 하면서 기자들과 함께 파워블로거 50여명을 초청했다. 지엠대우 측은 긍정적 여론을 조성해주는 효과를 계산하면, 블로거에 투자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워블로거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기업측에서 돈을 받고 샘플테스트에 응한 유명 화장품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커뮤니티, 블로그의 윤리의식에 관한 문제가 대두된 바 있으며 내부적으로 자성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기업 직영 커뮤니티·블로그 운영
    아예 기업 직영으로 커뮤니티·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권력화된 파워블로거 및 대형 커뮤니티를 잡는 대안이 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회사 공식 사이트’ 라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의 노골적 광고 홍보 수단이었던 홈페이지와는 달리 기업 직영 커뮤니티·블로그는 고객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얼마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검색어 ‘짜파구리’를 들 수 있다. 짜파구리는 농심이 운영하는 공식 기업커뮤니티 ‘라면짱'(www.ramyunzzang.com)에서 한 네티즌이 '비법전수' 코너에 올린 레시피로 이 요리법은 곧바로 인터넷 블로그 카페 등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고 덩달아 라면짱 사이트 역시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농심측은 “현재 회원 72만여명을 보유하고 있는 라면짱 사이트는 라면에 대한 정보와 만드는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개설됐다. 회원들의 적극적 활동 덕분에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을 받고 있으며, 덩달아 광고·홍보 효과도 크다”고 전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부터 기업 직영 블로그 '이심전심'(blog.nongshim.com)도 개설해 운영 중이다. 농심 임직원 13명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자신의 사진과 업무 영역을 공개하는 등 블로그 방문자들과의 신뢰 구축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