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가 물을 만난 느낌이었다. (남한에서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쓸 수 있다는 현실에 기뻤다"

    외화벌이를 위해 마약밀매에 뛰어든 북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 '삶은 어디에(아이엘앤피)'를 펴낸 탈북작가 이지명씨(56)는 남한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이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환경이 너무 좋다고 했다.

    '삶은 어디에'는 북한 실상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이토록 사실적인 이유는 작가의 직접적 경험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2005년 국내에 들어온 이씨는 1998년 '글을 쓰기 위해'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에 가서도 수십번도 넘는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그는 북한에서 요구되는 기계의 부속품 같은 삶을 버렸다. 그는 "머리가 세뇌돼서 나오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조국을 버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씨는 책을 쓰면서 지인들(탈북자)로부터 '탈북자들은 사람으로 안본다. 탈북자가 글 써도 아무도 안 보니까 쓰지 마라.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힘들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게 작가 기질인지…"라며 "오히려 한국(남한)사람들이 '불황 속에서도 팔리는 건 팔린다, 절대 막 쓰지 말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가 '삐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자신의 시 '천사가 오신다'를 소개했다. 이 시에서 그는 삐라가 북한 주민의 희망이라고 했다. 그도 군(북한) 복무 시절 삐라를 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이었다. 그는 "삐라 내용은 기억에 없고 삐라 종이만 기억 난다. 비닐코팅된 종이였는데 북한에는 없는 종이였다"며 "그 삐라를 통해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남한이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삐라 한장한장이 '핵폭탄'이다"고 표현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은 '못 사는 나라'였는데 삐라로 생각이 바뀌고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며 "남한이 못 산다는 것을 더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삐라 날리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시민단체에 요구한 것에 "북한 요구한 대로 끌려가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옆집 깡패가 못살게 굴면서 돈 달라고 할 때 한번 주면 끝이 없다. 미친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지 떡으로 다스려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씨는 책이 나온 후 예상보다 독자 반응이 좋은 것에 쑥스러워했다. 그는 "아직도 '이 작가' 그러면 얼굴이 붉어진다"며 "독자들이 좋게 봐주는 것에 감사한다. 자부심도 생기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좀 더 잘 이해하기를 바랐다.

    이씨는 '삶은 어디에'를 완결하고 김정일 딸 납치 사건을 다룬 '범죄자가 행복하다'를 '이호림의 문학과 정치'(http://www.ilnp.co.kr)에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