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주경복 후보는 19일 촛불집회에 참가해 지지를 호소했다. 소수의 운동세력만 남아 겨우 연명하고 있는 촛불집회는 정치색 짙은 시위로 변질됐다. 서울의 교육 행정을 책임지겠다며 시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후보로서 정치성 시위 참여는 부적절하다. 교육감 선거에 사회적 논란이 큰 이슈를 끌어들여 교육을 정치적 대결의 장으로 오염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 후보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미친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를 지지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광우병 소’에 빗대 만들어낸 구호다. 아무리 표가 아쉽더라도 교육에 ‘미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교육자로서 삼갔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불신 풍조를 심화시키고 교육 현장의 상호신뢰를 허무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주 후보는 ‘서울 교육의 평준화를 완성하겠다’고 밝혀 평준화 체제를 고수 또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서울 지역에 신설될 예정인 자립형사립고에 대해 ‘귀족학교’라며 설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선택제도 백지화하겠다고 한다.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막겠다는 얘기다. 반면에 그가 ‘미친 교육’이라고 부르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일선 학교에 최대한 자율권을 줌으로써 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하도록 돼 있다.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평준화 체제는 오래전부터 사교육비 급등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 교육당국도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도입과 같은 보완대책을 마련했거나 마련 중이다. 그의 평준화 강화론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마저 획일적인 공교육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중국은 중점학교 제도를 통해 학교마다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별도로 상설 영재학급까지 만들었다. 정치체제는 평등이념에 바탕을 둔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교육만큼은 선택권과 자율권을 보장함으로써 하향평준화로 인해 인재 육성의 기반이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전교조 대 비(非)전교조’ 대결 구도이기도 할뿐더러 서울 교육의 진로를 평준화로 잡느냐, 자율화로 잡느냐를 결정하는 의미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