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서울대 사범대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고유가에 의한 경제위기, 반 정부 여론 확산 등 총체적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바른사회는 이번 긴급기자회견 개최 배경을 "미국산 쇠고기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정권퇴진 요구까지로 비화되면서 정치·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사태가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상황 인식하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바른사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현 시국은 비상시국"이라며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는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 사회통합을 통한 국민역량 집중만이 이 난국을 돌파할 특효약임을 깨달아 불신과 반목을 딛고 상호 이해와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에는 질적 양적인 인적쇄신을, 야당인 통합민주당에는 조속한 등원을, 촛불집회 주최측에게는 정권퇴진 운동 중단 등을 각각 요구했다.

     총체적 난국 수습을 위한 시국 선언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권 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기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이 위기의 심각성은 서울의 도심에서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가 적나라하게 상징하고 있다. 이 위기는 한 마디로 정치와 실생활, 경제와 선거 민주주의의 문제점 등 모든 결함들을 결합해 놓은 백화점식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의 근원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기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 상실과 불신은 자유주의 이념적 정체성의 결여, 여권내 분열, 과거회귀적 정책, 그리고 국민들과의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에 기인한 바 크다. 또한 청와대와 정부, 국회 전반에 걸친 국정운영 내부에서 조차 대화와 조율은 없고 서로 앞만 보고 내달리는 독주와 견제가 횡행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 시대의 새 바람, 새로운 시대정신을 간절히 바랐던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저버리고 설익은 정책제안, 청와대와 내각의 부실인사, 미국산 수입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국정전반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몸만 사릴 뿐,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감한 대처방안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오늘날 이 정부의 무기력함을 보면서 불과 석 달 전에 어떻게 전봇대를 뽑고 또 어린이 성추행범을 체포하도록 일선 경찰서를 직접 방문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러한 태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국민들 앞에 약속한 대로 국민 전체를 섬기는 태도가 아닐 뿐 아니라, 그의 출범을 반긴 다수의 유권자들의 뜻에도 크게 반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촛불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그들에 대하여 여러 가지 판단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 대세는 100일 동안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다. 이 점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는 사안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에도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직접 민주주의나 광장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나 선거 민주주의의 흠결과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일 뿐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될 수 없을뿐더러, 또 그래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책임 있는 여야 정당들이 18대 국회에 등원하고 있지 않으니, 이 어찌 딱한 일이 아니겠는가. 촛불 집회로 상징되는 광장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요구를 제기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일 뿐,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대의 민주주의의 보루인 국회가 국민들의 열망을 받아들여 믿음직스러운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특히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등원에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입법자로서의 직무유기가 아니겠는가. 국민들의 손에 의하여 뽑혔으면서도 국회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있는 통합민주당의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지금의 이 시국은 비상시국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시작했지만,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항의의 표출이다. 이 난국의 해결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이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심기일전하고 국정쇄신을 해야 하며, 참신한 국정쇄신은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받던 인사문제, 즉, 인적쇄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면피용, 마지못해 하는 소극적 인적쇄신이 아닌 국민이 상정하는 수준을 뛰어 넘는 인적쇄신이 질적․양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성난 민심을 치유하고 신뢰회복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베스트 오브 베스트’ 인재를 찾아서 필요하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국정의 책임 있는 자리에 앉혀야 한다.

    둘째, 야당에게도 당부한다. 지금의 위기는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의 의미가 있다. 이 점을 깨닫지 못하고 통합민주당이 국회에 들어가기보다 촛불 민심에 대해서 관망만 하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 통합민주당이 소수당이라고는 하나, 그동안의 헌정사를 보면 민심을 등에 얻은 소수당은 민심이 떠나간 다수당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에 통합민주당은 지체 없이 국회에 들어와 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절박한 관심사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셋째, 촛불집회는 현 정부에 어떤 권력도 민의를 거스를 수 없으며 국민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는 정부의 대책과 추후 협상 내용들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일부 단체가 정권 퇴진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것은 광장의 힘을 오용하는 것이며 민의를 왜곡시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넷째, 이명박 정부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주요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민영화, 교육제도 개선, FTA 등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경제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들이 중심을 잃고 좌초하거나 후퇴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는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 사회통합을 통한 국민역량의 집중만이 이 난국을 돌파할 특효약임을 깨달아 불신과 반목을 딛고 상호 이해와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이명박 정부는 자유주의에 기초한 이념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정쇄신, 인적쇄신을 단행하여 작금의 난국을 수습하라.
    하나.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야당은 지체 없이 국회로 들어가 쇠고기 문제는 물론 당면한 민생현안에 대한 국회의원으로써의 본분을 이행하라.
    하나. 촛불집회 주최측은 광장의 민의를 왜곡하는 정권퇴진 운동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 교육정책 개선, FTA 추진 등 국민들에게 약속한 주요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
    하나.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는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통해 국민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이상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가 가진 모든 힘과 역량을 동원하여 나설 것임을 국민들 앞에 엄숙하게 밝히는 바이다.

    2008년 6월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