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보호를 위하여 세계의 다른 나라에는 유례가 없었던 규제를 만들어냈다. 이름하여 '카피 원스(copy once)'로 그대로 해석하자면 한번만 복사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런 규제가 등장한 것은 디지털 시대의 등장으로 인한 콘텐츠의 디지털 제작이라는 변화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등장으로 음악을 디지털 복제할 수 있는 MD(Mini Disk)가 보급되기 시작한 1992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복제 기기가 보급되고 미디어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면서 개인적인 복제가 대량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런 복제로 인해 영상ㆍ음악 권리자에게 손해를 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도입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복제는 아날로그 시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선 복제된 콘텐츠가 원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품질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복제의 방법도 너무나 간편해서 복제를 대량으로 하는 것이 누구나에게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규제가 없다면 콘텐츠 제작자들의 권리가 크게 훼손될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단 한번의 복제만을 허용하는 규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규제는 그동안 자유롭게 개인적인 이용을 위해서 복제를 해왔던 사람들에게 너무 큰 불편을 주게 되었고 이에 대한 불만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타협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더빙10'이다. 이 더빙10은 9회의 복제와 다른 기기로 옮길 수 있는 무브 1회를 허용하는 것으로 여전히 사적 복제를 규제하고는 있지만 그 복제의 횟수를 늘려준 것이다.

    전통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적 복제'라는 개인의 용도를 위한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의 복제를 허용해왔다. 우리의 저작권법에도 이런 사적 복제에 관한 조항이 있는데 바로 저작권법 제30조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 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적 복제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점점 제한이 되려고 하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에서는 CD의 음악을 소비자가 자신이 쓰는 MP3플레이어로 옮겨서 듣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P2P를 이용하여 다운로드를 받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붑법적인 콘텐츠임을 알고도 다운을 받는 것을 사적 복제에서 제외하여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이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사적복제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자니 콘텐츠 제작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여 콘텐츠 생산을 위축할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이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게 되면 콘텐츠의 자유로운 이용을 막게 되어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게 되고 이 또한 콘텐츠 소비를 감소시켜 전체적인 콘텐츠 업계와 이와 연관된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카피 원스'라는 다소 과격한 규제에서 '더빙10'이라는 다소 완화된 규제를 선택하게 된 것도 이런 것에 대한 고심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우리도 이제 곧 IPTV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방송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일본의 고민을 함께 해야할 상황에 처해가 될 전망이다. 이런 복제에 대한 고민은 음악 산업에서는 이미 익숙한 일이 되었고 이제 영화 등 영상 산업에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IPTV 시대에는 방송들도 이런 사적 복제에 대한 범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우리의 환경을 점검하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하며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적 복제 보상금 제도(remuneration for private copying; levy system)라는 것이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방법 중에 하나로 현재 실행이 되고 있기는 하다. 이 제도는 사적 복제의 수단이 되는 복사기, 녹음기, 녹화기, 공테이프, CD 등의 제조자에게 그들이 판매하는 기기의 갯수당 일정 금액을 부과하여 징수된 금액을 저작권자에게 분배함으로써 콘텐츠의 사적 복제로 인한 저작권자의 손실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콘텐츠를 직접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규제를 가하는 것보다는 반발을 적게 받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www.showpd.pe.kr 쇼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