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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빌미로 한나라당 내 권력투쟁이 본격 점화되는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총선 출마가 도화선이 되면서 'MB계'의 분화도 속도를 더 하고 있다. 당내 소장파 리더격인 남경필 의원이 21일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당내 갈등은 이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시각이다.
이 부의장의 불출마 요구는 이재오 의원, 정두언 의원 등 MB계 핵심실세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고령의 다선의원인 이 부의장이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개혁공천에 가속도를 더할 명분이 보장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공천과정에서 다수 '친박' 현역의원들이 탈락하는 과정을 겪으며 공천갈등 책임론이 이재오 의원에게 집중되면서, 이 부의장의 거취논란은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다.
지역구 출마자 공천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 부의장에 대한 남 의원의 직격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흔들리고 있다"며 "그 직접적 원인은 원칙과 기준이 상실된 공천의 후유증"이라고 적시했다. 내각 인선파동, 공천갈등 등으로 인한 수도권 비판여론에 대한 이 부의장의 총선 책임론을 미리 제기한 성격이 강하다. 이 부의장은 청와대와 당내 동시에 입김이 불어넣을 수 있는 최대 권력자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당내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번 총선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며 당 개혁세력의 다급한 분위기를 전했다. 총선 이후 7월 전당대회로 곧바로 이어질 경우 이 부의장을 견제할 시간적, 물리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 부의장을 압박하기 위해 수도권 출마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거나, 소장 개혁세력 의원들의 연쇄적인 입장발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남 의원이 "물갈이를 요구하는 폭풍 같은 민심의 에너지를 이용해 정치적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행위는 곧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고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이방호 사무총장을 겨냥했다는 풀이다. 공천 과정에서 이 부의장을 등에 업은 이 사무총장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칼날을 휘둘렀다는 불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사무총장이 이재오 의원측으로 불리던 시기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는 것이 당내 일반적 의견이다.
7월 전당대회에 대비해 당내 개혁세력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지 않다. 공천 초기 "이재오 의원의 자기 세력 넓히기가 지나치다"는 비판은 친 MB계 내부에서 공공연히 터져나왔다. 일부 인사는 "형님, 너무 욕심부리면 안됩니다"며 직접 비판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을 잃을 경우 당내 구심점마저 없어진다는 것이 개혁세력의 딜레마다. 핀치에 몰린 이재오 의원을 돕기 위해 소장파와 정두언 의원이 이 의원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이 부의장과 이 사무총장의 협력관계가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지도 의문이다.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개혁세력이 뭉칠 경우 이 사무총장으로는 이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 경우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 정몽준 최고위원이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당권 도전을 시사한 바 있는 정 최고위원이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미미한 만큼 이 부의장과 이해관계가 맞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총선 결과에 따라 '친박'성향의 당선자가 예상보다 많이 나올 경우 이 부의장과 강재섭 대표, 박근혜 전 대표가 모종의 합의를 이루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외부에 '친박연대'가 꾸려진 상황에서 당내에서도 '친박'이 다수 포진할 경우 여당의 불안요소는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