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1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전 청와대 비서관이 미국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정윤재 청와대 전 의전비서관과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 얼마안돼 이 같은 일까지 벌어졌다.

    장본인은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홍보정책을 보좌하는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겸 부대변인으로 일했던 조광한씨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자갈치 아지매' 광고를 만들어 혁혁한 공훈을 세웠던 인물이다. 그러나 '언론 개혁론자'들 사이에서 유연한 언론대책을 거론하다 청와대에서 밀려났다.

    도덕성을 앞세운 노무현 정부이지만 청와대에 몸담았던 측근들이 비리에 연루된 경우는 적지 않았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안희정 전 비서실 정무팀장, 여택수 전 대통령부속실 행정관은 불법 정치자금 모금으로,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은 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사법처리됐다. 이재순 전 사정비서관은 제이유 그룹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빚었다.

    조 전 비서관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유흥주점 업주로부터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경찰조사 과정에서 시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에 따라 그를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는 재소환되기 하루전인 지난 11일 저녁 돌연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경찰이 그의 혐의를 확인하고도 출국금지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은 조 전 비서관의 출국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한·미 양국간 범죄인인도협정이 체결돼 있는 만큼 경찰은 이제라도 조 전 비서관을 한국으로 넘겨받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를 소환해 제대로 사법처리함으로써 권부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예외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