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로써 ‘제2의 김대업 사기극’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사필귀정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나머지 정파들은 낙담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구태가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서글픈 일이다. 대한민국이 아직 정치 후진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 모든 것이 정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정동영 후보와 통합신당의 권력욕에서 비롯되었다. 국정에 실패했으면 정권을 내놓는 것이 민주 국가의 너무나 당연한 원리인데도, 실패한 정권을 계속 연장하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작태이다. 그것도 환골탈태를 통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5년 전의 흑색선전에 의존해 온 것은 제 버릇을 남에게 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통합신당은 무능할 뿐만 아니라 독선적인 정치 세력이다. 자신의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든 티끌만 열심히 찾아내는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자신들만 민주화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을 ‘영원한 훈장’처럼 생각하여 거기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을 얕잡아 보거나 심지어 반(反)도덕적으로 매도하는 경향마저 있다.

    그렇다고 통합신당 사람들이 운동권 초기에 가질 법한 순수성과 도덕성을 유지하고 있지도 않다. 권력욕만 남아 있고 권력욕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공학과 정치 공작만 난무하고 있다. 권력욕마저 ‘역사적 대의(大義)’로 잘도 포장한다. 이들이 즐겨 쓰는 ‘개혁’ ‘평화’ ‘민주’ 등의 담론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허구적인 수사(修辭)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선동이 대표적이다.

    통합신당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의 잔재(殘在) 때문에 대한민국 현대사를 일방적으로 해석한다. 자신들의 집권 이전을 ‘잃어버린 50년’으로, 자신들의 집권 이후를 ‘되찾은 10년’이라 우겨대고 있다. 시대는 보다 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이들은 20세기 냉전 시대의 도그마에 여전히 갇혀 있다. 여당으로부터 변신한 지 10년이 다 되었는데도 과연 제도권 마인드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서조차 반대하기 일쑤이다.

    물론 이 진영에 동참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통합신당을 이끌고 있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로 그렇다. 이들이 통합신당 국회의원들 가운데 숫자상으로는 소수일지 몰라도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국정을 파괴적이고 분열적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어떤 구호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야만 했고, 특히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독선적 행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통합신당 의원들은 평상심을 상실하고 있다.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향하여 협박성 망언을 하고, 검찰 발표에 대하여 떼를 쓰고 있는 행태를 보노라면 이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통합신당 사람들은 12월 19일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승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광기가 도를 더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면 이럴수록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권력욕의 화신(化身)이요, 나르시시즘에 깊이 빠져 있는 역사의 미아일 뿐이다. 퇴출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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