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 후보는 후보등록 첫날인 25일 오전 후보등록을 한다. 같은 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역시 후보등록을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달 5일 경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검찰의 BBK 관련 수사가 범여권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경우 막판 범여권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크다.

    통합신당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어버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단일화 문제에 대한 질문에 소속 의원들은 "기다려 보자"는 반응을 보이지만 후보등록 이후 설사 단일화가 이뤄진 다 해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더 가라앉은 상태다. 민주당과의 합당 및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도 당 관계자들은 큰 기대를 갖지 않았지만 결렬 이후 정 후보에 대한 한계를 더욱 실감하는 모습이다. 없던 신뢰마저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협상결렬 뒤 "창피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분위기를 바꿀 동력이 떨어졌다는 데 통합신당 측의 고민이 크다. BBK 사건과 위장취업 문제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총공세를 펴고 있지만 네거티브 전략의 한계가 있는 만큼 정 후보가 자체적으로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딱히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정책을 갖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정 후보는 최근 제2경부고속철역 신설 수도권 급행철도 건설 등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금 뭘 내놔봤자 되겠느냐"고도 한다. 

    상황이 이렇자 당내에서는 정치지형 변화에 주력했고 최근까지 당내에서는 대안 후보를 찾는 움직임이 있었다. 중도하차한 고건 전 국무총리 카드를 다시 꺼냈고 '중진 일부와 386 의원들이 낮에는 정 후보 일을 돕고 밤에는 대안후보를 찾으러 동분서주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고건이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흘려 고 전 총리 출마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당내 중진 일부와 일부 386 의원들이 잠재후보를 찾으러 왔다 갔다 한다던데"라는 패널의 질문이 나왔다. 정 후보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결국 "아무도 뛰지 않는다"는 정 후보의 불만까지 나왔다. 공식선거운동일에 맞춰 각 의원들은 자신의 보좌진들을 지역에 보냈지만 정작 정 후보 선거운동 보다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준비에 더 한창이라고 한다. 모 초선 의원 보좌진은 "(정 후보가) 하는 일 마다 삐걱거리고 대안은 없고,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범여권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다들 총선을 생각해 계산을 하고 협상테이블에 앉기 때문에 될 수가 없다"고 했다.

    선거 전략을 묻자 "BBK 밖에 없으니…"라며 "그래서 막상 지역에 와도 마땅한 선거운동 방법이 없다. BBK나 위장취업 문제를 맡고 있는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은 약간 상승했지만 여전히 10%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 조차 "이 후보에 대해 이 정도 의혹이 터졌으면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야 하는데 결국 정 후보로는 안 된다는 것 아니겠느냐. 범여권이 괜찮은 후보만 뽑았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란 비아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