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4일자 오피니언란 '기자의 눈'에 이 신문 동정민 정치부 기자가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에 간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2일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면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마주치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반면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허리를 굽히고 양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맞잡았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두 축인 이들은 이전에도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 개념이 아닌 안보 개념’이라며 NLL 재설정 논의의 필요성을 말하자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 개념”이라고 견제했다. 또 서해교전 때 우리 군의 대처 방법을 문제 삼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 원장은 8월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 석방 협상을 현지에서 지휘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활동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음지에서 활동해야 하는 정보 책임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원장은 또 고향 사람들을 초청해 국정원을 견학시켰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 원장과 김 장관의 다른 처신이 보도된 뒤 누리꾼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이를 화제로 삼고 있다. 김 장관의 당당한 모습은 자부심을 느끼게 한 반면 김 원장의 태도는 지나치게 굽실거린다는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런 논란이 부담스러운 듯 “평생을 군인으로 지낸 김 장관이 몸에 밴 군 예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악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례(軍禮)에 따르면 군인은 상관은 물론 외부인과 악수를 할 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장을 받을 때는 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허리를 숙였다. 이번에 김 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이 군 예절 때문이 아니라 한국군의 수장으로서 적군의 통수권자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기 싸움’의 성격도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일 정상회담에 배석한 김 원장은 또다시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에 대한 ‘공손한 태도’가 김 원장의 본연의 업무인 대북 정보 총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