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친노무현 세력이 코너에 몰렸다. 친노세력의 텃밭이라 했던 부산·경남 지역 경선에서 조차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에게 밀리면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내에선 "이해찬은 끝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경선을 잠시 중단시켰지만 당 지도부가 '이해찬 손'을 들기 힘들다는 게 당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전 총리와 친노세력으로선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선 셈이다. 그러나 선택할 카드도 많지 않다. 현재로선 패하더라도 경선을 끝나지 완주하느냐, 아니면 경선중도 하차 뒤 다른 활로를 찾느냐 하는 양자택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전 총리의 선택에 따라 통합신당의 경선판이 달라지고 더 나아가 당의 존속여부도 결정될 수 있다. 그래서 전략에 능하고 계산이 빨라 '약삭빠르다'는 평을 듣는 이 전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손학규 후보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까지 했던 이 전 총리는 코너로 몰리자 손 전 지사와 전략적 공조를 하고 있다.

    "손학규는 안 된다"고 했던 이 전 총리가 손 전 지사와 손을 잡은 것을 두고는 '정동영 흠집내기'란 분석이 가장 높다. '경선불참'이란 초강수도 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최대한 정 전 장관에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의도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작업까지 내다본 이 전 총리의 전략이란 것이다. 그래서 친노세력이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정동영 대항마'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내세울 것이란 관측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전 총리가 경선완주 뒤 패하든, 경선을 중도하차 하든 선거법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친노세력이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문 전 사장을 지원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문 전 사장 역시 후보단일화에 적극적이고 "11월 이후 국회의원이 40~50명 온다면 맞이할 것" "(통합신당 경선은) 3·15 부정선거 때를 보는 듯하다"고 말하며 경선중단과 통합신당내 세력의 흡수의사를 밝혔다.

    친노세력과 이 전 총리 캠프 내에서는 이미 '정 전 장관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만큼 이 전 총리가 친노세력의 존속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선불참 뒤 탈당해 독자세력화 하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경선 초반부터 친노세력의 딴 살림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이번 이 전 총리의 '경선불참'카드가 내년 총선을 노린 친노세력의 '노무현 영남신당'을 노린 포석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총리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유시민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대구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해석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친노세력이 총선을 염두에 둔 독자노선을 선택할 정치적 역량이 되느냐는 의문이다. 이 전 총리를 지원하고 있는 당 관계자는 "지금 구도에서 먼저 발을 빼는 쪽은 죽는다"면서 "독자노선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목소리가 현재 주류는 아니다. 뚜렷한 명분이 없고 굳이 명분을 만들자면 '지역정당 타파'와 '노무현 지지' 정도인데 그렇게 만들면 진짜 소수당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자노선은) 12월 대선 뒤 총선을 앞두고 있을 2차 정계개편 분위기에서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을 것"이라며 "(범여권이 대선을) 이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12월 대선에 지게 된다면 총선 공천을 앞두고 패배한 후보와 그 세력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것이고 그때 자연스레 정계개편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