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일자 사설 '이명박 공약, 당안팎 검증 받아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당내 정책조정위원장들에게 이명박 대선후보의 주요 공약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의견서를 보냈다. 대표적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운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선진국 타입의 경기회복 정책’을 주문했다. ‘연 7% 경제성장, 10년 후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라는 ‘747’ 공약에 대해선 “성립 불가능”이라고까지 했다. 

    이 의장의 비판이 얼마나 적절한지도 검증해야 하겠지만 당내에서 처음으로 이 후보 공약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후보는 유력 주자임에도 그의 공약에 대한 검증은 거의 없었다. 범여권의 지리멸렬로 상대 후보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 대 후보’ 차원의 공약 검증 자체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60%를 보이고 있다. 이 상태로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검증받지 않은 공약이 향후 정책으로 굳어져 국민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내에는 한반도 대운하나 대한민국747 공약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당장 이 의장의 의견서를 갈등의 불씨쯤으로 역공하는 행태도 보인다.

    이 후보의 공약은 경선 과정에서 형성됐다. 많은 참모가 ‘한건주의’ 식으로 만들어 올린 것들을 급히 취합하다 보니 ‘세금은 깎고 출산에서 보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등 복지는 늘리겠다’는 식으로 자체 정합성(整合性)을 못 갖춘 것이 많다.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에게 집 1채씩 주기’ 등 포퓰리즘의 표본 같은 공약도 있다. 이런 공약에 대한 검증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누가 집권을 하든 공약 이행에는 비용이 든다. 비용은 후보나 당이 아닌 국민이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공약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을 면밀히 교량하지 않으면 설거지하는 국민만 힘들어진다. 우리 국민은 이미 그런 일을 겪을 만큼 겪었다.

    이 후보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등 4강 외교에 관심을 쏟으면서 ‘대통령처럼 보이기’ 전략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5년, 그리고 그 후까지 생각하고 정책을 가다듬는 일이 우선이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문제 제기를 한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자체 검증에 나서야 한다. 어떤 후보든 공약이 튼튼해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