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일자 사설 '여 신당 경선, 결국 정치적 파탄으로 끝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일과 3일 각각 열려던 대선 경선 후보들의 전북, 인천 합동연설회를 취소했다. 손학규·이해찬 두 후보가 2일 새벽에 만나 “경선이 유령 선거인단, 조직적 대리접수 등 총체적 부정선거로 흐르고 있다”며 당 지도부에 경선 일정 중단을 요구한 데 따른 결정이다. 두 후보는 경찰 수사결과 대통령 명의를 도용해 선거인단을 신청한 사람들이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 측과 관련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급히 만난 것이다.

    이 후보 측은 “당이 경선 일정을 모두 연기하고 정 후보 측의 부정선거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상응한 제재를 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고 한다. 후보 사퇴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은 “선거에서 지고 있는 두 후보가 판 자체를 깨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신당 경선은 이미 흥행 대참패로 결론 났다. 지금까지 치러진 8개 시·도 경선 평균투표율이 19.2%라는 게 단적인 증거다. 신당이 믿고 있었던 광주·전남의 투표율조차 22.6%에 그쳤다. 신당이 “자발적으로 선거인단이 됐다”고 선전해 온 사람들이 이 정도니 일반 국민의 관심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경선이 이제는 후보들끼리의 자중지란으로 아예 좌초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실제 세 후보 중 한 사람이 후보직을 내던지면 또 다른 사람도 경선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 자체가 무산되는 정치적 파탄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신당은 이번 경선에 ‘대통합 국민 경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신당 자체가 국민에 버림받은 여당이 주변 시민단체 세력을 얼굴 화장용으로 데려와 오로지 대선용으로 급조한 정당이다. 급조한 당은 쉽게 부서질 수밖에 없다. 실제 경선전은 ‘친노 대 비노 대 반노’ ‘열린우리당 출신 대 민주당 출신’ ‘기존 정치권 대 사이비 시민사회세력’이 뒤엉킨 잡탕 싸움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국민 수십만 명과 대통령 장관들의 이름까지 동원해 유령선거인단을 만들고 ‘버스떼기’로 투표장에 선거인단을 실어나르기까지 했다. 도우미들을 고용해 마구잡이로 휴대전화 선거인단 가입을 권유하는 ‘유사 콜센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부산에선 후보 진영 사이에 선거인단 동원을 둘러싸고 시비가 붙어 심야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잔꾀의 정치’가 불러온 정당 사상 초유의 대참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