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가짜 예일대 박사학위 파문의 당사자인 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 씨와 부적절한 관계였고, 신 씨 관련 의혹을 덮으려고 한 사실이 밝혀져 전격 경질됐다. 변 실장은 해명과 달리 신 씨와 가깝게 지내며 낯 뜨거운 내용의 e메일을 자주 주고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변 실장이 7월 초 노무현 대통령의 과테말라 방문 수행 중에도 친구를 통해 전 동국대 이사인 장윤 스님과 연락했음을 시인했다고 발표했다.

    변 실장의 해명은 물론이고 노 대통령의 말과 청와대 발표가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는 점에서 이 정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신 씨의 교수 임용,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 스페인 국제 아트페어 ‘아르코’ 큐레이터 채용에 권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이 커졌다.

    변 실장은 신 씨의 가짜 박사 문제를 제기한 장윤 스님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나는 공무원을 30년 바르게 한 사람”이라며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을 거론했다. 법적 대응 운운하며 언론보도를 틀어막는 것은 이 정부 사람들의 이골 난 수법이다.

    노 대통령은 변 실장 관련 의혹을 “깜도 안 된다” “소설 같다”면서 언론을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검찰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직접 나서 물타기를 하고 수사 지침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이제 ‘나도 속았다’고 변명하고 말 것인가.

    노 대통령은 비리 의혹이 제기된 주변 인물을 이번처럼 즉각 사퇴시킨 경우가 거의 없다.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비판하다가 뒤늦게 다른 이유를 만들어 사표를 수리하거나 인사를 했다.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할 때는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 씨 뇌물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이런 청와대가 변 실장을 전격 경질한 것은 파문 확산을 차단하려는 ‘꼬리 자르기’는 아닌지 지켜보고자 한다.

    검찰은 신 씨 관련 의혹 수사를 미적대다가 50여 일이 지난 뒤에야 신 씨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뒷북을 쳤다. 주요 관련자들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일이 변 실장의 비호만으로 가능했다고 믿기 어렵다.

    검찰은 의혹을 끝까지 파고들어 권력형 스캔들의 실체를 캐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이 요구하는 특검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