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 결의 여부를 놓고 18일 치러질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심상치 않다. 과거 민주당 분당 당시와 같은 물리적 충돌이 재현될 조짐마저 일고 있다. 당 홈페이지에도 ‘당 사수’를 외치는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당 사수 진영은 표결 처리를 통한 합당 결의건 처리를 주장하며 전대를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 사수 진영의 ‘우리당지킴이연대’ 조종원 대표는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대에서 합리적 토론과 표결을 통해 (합당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경한 자세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조 대표는 “우선은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대에서 표결을 통한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이들이 서울 남부지법에 제출한 전대 무효확인 가처분신청 결과는 이날 저녁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서는 전대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으나 전대가 개최된다해도 합당 최종 결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범여권 일각에선 “만들어질 때도 그렇더니, 없어질 때 까지도 그 난리를 친다”며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도 당원의 분노가 쇄도하고 있다. 한 당원은 “당이 국회의원 것이냐”면서 “민주정당이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해라”며 전대 표결처리를 요구했으며, 또 다른 당원은 “밥그릇 챙기려는 악착같은 계산법에 정말 놀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당 사수 의지를 밝히며 의원직을 사퇴한 김혁규 전 의원은 이날 당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마저도 무시된 야합에 동참할 수 없다”며 전대에서의 합당 부결 의지를 재차 다졌다. 김 전 의원은 “누가 열우당과 참여정부를 이렇게 만들었느냐”면서 “통합이란 이름으로 신당에 우르르 몰려간 전직 당의장들과 총리, 장관 했던 분들을 비롯한 그 추종세력이 아니었느냐. 지금 바로 이들이 ‘대통합’이란 이름 뒤에 숨어 당을 모욕하고 당원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에 앞서 김 전 의원과 김원웅 의원, 강운태 전 의원은 15일 모임을 갖고 “민주신당과의 합당선언은 열우당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 일방적인 흡수합당에 불과해 반대한다”며 전대에서 민주신당과의 합당 결의안을 부결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열우당 윤호중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 “충정은 이해하지만 그 충정은 대통합의 원칙있는 성공에 바쳐져야 할 것”이라며 “순혈주의의 오류에 빠져있다”고 이들을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현실을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미래의 주인이 될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현실 속에서 개혁을 실천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와 자신감이 없다면 그러면서도 개혁만을 주장하게 된다면 그것은 스스로 이상주의적인 국외자로 남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마지막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대통합에 화룡점정을 할 전당대회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대통합을 성사시키느냐 무산시키느냐의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그러나 일부에서 합당을 저지하고 대통합을 무산시키겠다는 움직임이 있어 걱정스럽다”며 “대통합은 2.14 전당대회를 통해 확인한 당론이고, 대통합만이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이어가고 역사의 후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통합과정에서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해서 대통합 자체를 부정하고 훼손시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한편, 이종걸·문학진 의원 등과 민주당 대통합파 출신 원외인사 등 민주신당 내 150여명의 중앙위원들도 열우당의 선(先) 반성 및 사과를 요구하며 열우당과의 무조건적인 합당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기반성없는 열우당의 무임승차는 대통합의 큰 걸림돌”이라면서 “최소한 대통합민주신당에 들어오기 전에 열우당의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는 명백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열린’ 정치, 국민과 함께 ‘우리’가 되는 정치를 구현해내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더 이상 국민을 가르치려는 오만과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지지 않겠다고 엄숙히 약속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것이 미완의 통합을 넘어 새로운 대통합의 완성에 이르는 첫 걸음”이라며 “이 길만이 이제 갓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이 혹시 ‘도로열우당’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을 안심시켜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